불분권 1책. 필사본. 표지에는 ‘국산집 전(菊山集全)’이라고 쓰여 있으나, 첫면에는 ‘영월엄씨세고 권지삼(寧越嚴氏世稿卷之三)’이라 쓰여 있어, 원래 ≪영월엄씨세고≫의 일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1800년 작자의 후배되는 김낙서(金洛瑞)가 작자의 생전의 부탁대로 원래 시집 2권을 정선하여 간추린 것이다. 서문은 없고 말미에 김낙서가 쓴 발문이 있다. 작자는 18세기 후반에 활동한 인물로 여항시인 안성문(安聖文)·지공저(池公著)·이덕함(李德涵)·이단전(李炫熙)·정무륜(丁茂倫)·천수경(千壽慶)·김낙서와 가까이 지냈다.
체재는 첫머리에 부 2편이 있고, 이하에 시 174수가 있다. 시는 대부분 기행시이거나, 당시의 여항시인들과 주고받은 것들이다. 작품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것으로는 강원도와 함경도일대를 여행하고 그곳의 풍물과 역사를 읊은 장편거작 <북정 北征>, 세태를 풍자하고 여항인의 불만을 토로한 <방가행 放歌行> 등이 있다.
시란 기교보다는 진솔한 표현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역대 시사(詩史)의 전개를 읊은 <심진사(沈進士)에게 주는 시>에서는 시란 성정(性情)을 읊고 천기(天機)에 감발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근자에 양묵(楊墨)의 무리에 현혹되는 시가 많음을 경계하고 성현의 도를 실행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시에는 신분적 제약에서 오는 불만과 갈등이 드러나 있는데, 박윤묵(朴允默)은 이에 대하여 강개격절(慷慨激切)하여 비가적(悲歌的)인 데가 있다고 지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