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 필 군선도 병풍은 조선 후기의 화가 김홍도가 그린 도교의 인물화이다. 국보 제139호이다. 수묵담채로 그렸고 세로 132.8cm, 가로 575.8cm이다. 원래 8폭의 연결 병풍 그림이었으나 현재 3개의 족자로 분리되어 있다. 관을 통해 김홍도가 31세 때 1776년(영조 52)에 그렸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서왕모의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고 약수를 건너는 신선들을 그린 그림이다. 인물의 윤곽은 굵은 먹선으로, 얼굴과 손, 기물들은 가는 필선으로 처리하였다. 호방한 필치로 독특한 인물 묘사에 성공한 작품이다.
서왕모의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인 요지연(瑤池宴)에 초대되어 약수(弱水)를 건너는 파상(波上) 군선(群仙)들을 배경을 생략한 채 나타낸 것이다. 여기 묘사된 신선들의 명칭을 단정지어 밝힐 수는 없다. 그러나 들고 있는 기물(器物)이나 도상(圖像) 등으로 미루어 오른쪽의 신선들은 외뿔 소를 탄 노자(老子), 두건을 쓴 종리권(鍾離權), 두루마기에 붓을 든 문창(文昌)으로 여겨진다. 다음 두 폭에는 흰 당나귀를 거꾸로 탄 장과로(張果老), 딱따기를 치는 조국구(曹國舅), 낚싯대를 든 한상자(韓湘子), 그리고 왼쪽에 연꽃가지를 든 하선고(何仙姑)와 꽃바구니를 맨 마고(麻姑)라고 생각된다.
이들 신선과 시자(侍者)들은 모두 세 무리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인물들의 시선을 한결같이 진행 방향인 왼쪽으로 돌리고, 그 방향으로 갈수록 인물의 수가 점차 줄어들게 하였다. 이로써 화면의 전개와 보는 이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그리고 바람을 등 뒤에서 받아 나부끼는 듯한 옷자락도 모두 행진하는 방향으로 힘차게 나부끼고 있어 화면에 동감(動感)을 더해준다. 인물의 윤곽을 굵은 먹 선으로 빠르고 활달하게 묘사한 뒤 얼굴과 손, 기물들은 가는 필선으로 정확하고 섬세하게 처리하여 표정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 옷은 연한 청색을 주조로 엷게 음영만 나타냈고 얼굴은 담갈색으로 처리하였다. 표주박, 꽃, 당나귀의 안장, 천도(天桃)의 주둥이 등에는 담홍색을 약간 사용하여 화면에 변화를 주었다.
아무런 배경 없이 인물을 배치한 구성력이라든지 제각기 특이한 감정이 살아 넘치는 듯한 인물 묘사력, 그리고 얼굴에 보이는 살구씨 모양[杏仁形]의 둥근 눈매 등은 김홍도의 풍속인물화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또한 장과로가 타고 있는 나귀의 다리가 길게 표현된 것은 그의 40대 무렵 신선 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색 중 하나이다.
19세기의 서화가 조희룡(趙熙龍)은 그의 저서 『호산외사(壺山外史)』에서, “김홍도는 특히 신선에 능했다.”고 평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의 도석인물화 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화본(畵本)에 따라 그리기는 하였으나 「진채해상군선도(眞彩海上群仙圖)」(국립중앙박물관 소장)나 「선인기려도(仙人騎驢圖)」(간송미술관 소장)에 적용한 화법과 달리 호방한 필치로 독특한 인물 묘사에 성공한 작품이다. 이와 같은 김홍도의 화풍은 김득신(金得臣), 이명기(李命基), 백은배(白殷培) 등 후배 화가들의 신선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