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의 제3대 교주 손병희(孫秉熙)는 1905년(고종 9)에 동학의 체제를 시대에 맞도록 대대적으로 고치기 시작하였다. 같은 해 12월에 그 이름을 천도교로 고쳤고 이어 천도교대헌(天道敎大憲)과 천도교를 상징하는 교기를 만들었다.
천도교의 깃발로서 궁을기가 처음으로 사용된 것은 1906년 2월이다. 이 때 서울에 천도교 중앙총부가 마련되어 처음으로 간판을 올리는 기념식에 궁을기가 비로소 세워졌다. 이 깃발의 도안은 동학의 교조 최제우(崔濟愚)의 “나는 영부(靈符)를 가지고 있는데, 그 이름은 선약이고 그 모양은 태극과 같기도 하고 궁궁(弓弓)과 같기도 하다.”라는 구절을 바탕으로 하였다.
궁을기는 세로로 그은 직선에 의해 이등분되어 깃대 쪽은 하얗고 바깥쪽은 빨갛다. 그 직사각형 한가운데에 둥근 도형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것은 대체로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太極圖) 제2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태극도 제2도는 본체가 동정(動靜)에 의해 음양으로 되는 것을 나타냈으며, 그 한가운데에 본체를 뜻하는 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에 대해 궁을기의 도형은 세로로 그은 직선에 의해 이등분된 두 반원 속에 세로로 그려진 활모양이 두 개씩 나타나 있다.
따라서 그 한가운데에 빛깔을 달리하는 두 반원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도형을 바탕으로 한 깃발을 궁을기라고 부르는 것은 역시 “가슴에는 길이길이 사는 약을 간직하고 있는데, 그 모양은 궁을(弓乙)과 같다.”는 최제우의 글귀에 근거를 두었다. 이와 같이 최제우는 그가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영부를 그 모양이 ‘궁을’과 같다고도 하였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궁자(弓字)와 을자(乙字)를 바탕으로 하여 궁을기의 도안을 만들었는데, 다시 수정되어 궁궁을 바탕으로 한 지금의 도안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그 깃발의 이름은 궁을기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