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스승님의 훌륭한 가르침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곧, 첫째는 천지(天地)를 섬기기를 부모 섬기듯이 하는 이치요, 둘째는 식고(食告)를 살아 계신 부모를 효양(孝養)하듯이 하는 도리다.”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동학의 교조 최제우(崔濟愚)의 가르침의 요지를 ‘천지를 섬기기를 부모 섬기듯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최제우는 원래 하느님[天主]을 섬기라고 가르쳤는데, 여기서 천주를 천지로 바꾼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석연하지가 않다. 이것은 지하에 숨어서 활동하던 그 무렵의 동학이 세상의 이목을 고려해서이거나, 천주교의 천주와 구별짓기 위해서가 아닌가 여겨진다.
‘식고’가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데, ‘식고’는 음식을 먹기 전에 하느님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종교적인 의식을 말한다. 이와 같은 식고의 의식이 이미 1899년 동학에서 강조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