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이씨, 호는 허곡(虛谷), 자는 응현(應玄). 나백은 법명이다. 7세에 출가하여 11세에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뒤 금강산으로 가서 춘파(春坡) 밑에서 공부하였다.
이때 『화엄경』을 보다가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면서 도를 구한 것을 보고 발심(發心)하여 전국의 고승들을 찾아 도를 물었다. 그뒤 미지산(彌智山)에 있을 때 춘파의 법맥을 이어받았다. 춘파가 입적하자 다시 금강산으로 돌아와서 30여년 동안 후학을 지도하고 종풍(宗風)을 크게 선양하였다.
항상 일승(一乘)의 법문을 설하였으며, 날카로운 선기(禪機)로써 후학들을 깨우쳤다. 어느날 『전등록(傳燈錄)』을 가르치다가 달마장(達摩章)에 이르러서 마음이 동하여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목욕한 뒤 단정히 앉아서 나이 78세, 법랍 71세로 입적하였다. 다비(茶毘)한 뒤 사리를 얻어서 금강산에 부도를 세웠으며, 김석주(金錫胄)가 비문을 썼다. 제자로는 명암 석제(銘嵓釋齊), 송암 상학(松嵓尙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