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김씨, 자는 혜일(慧日), 결응은 법명이다. 강원도 강릉 출생. 아버지는 광률(光律)이다.
용흥사(龍興寺)로 출가하여, 복흥사(復興寺)에서 계를 받은 뒤 대장경을 열람하였다. 991년(성종 10) 선불장(選佛場)의 승시에 합격하여 대덕(大德)의 법계를 받았다.
꿈에서 구산사(龜山寺)에 노닐 때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네 품속에는 두 아들이 있으니, 하나는 해요 다른 하나는 달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대오하였으며, 이때부터 자를 혜일이라 하였다.
그뒤 목종 · 현종 · 덕종 · 정종의 큰 존경을 받았다. 현종초 수좌가 되었고, 정종초 승통(僧統)이 되었으며, 1041년봉은사(奉恩寺)에서 정종의 왕사가 되었다. 1043년 문덕전(文德殿)에서 비를 빌면서 『화엄경』을 강의하였는데, 이때 단비와 천화(天花)가 내렸다고 한다.
1042년에 ‘소나무와 칡덩굴이 있는 곳이 몸을 버릴 곳’이라 하고, 왕의 허락을 얻어 부석사(浮石寺)에 머물렀다. 이때 의상(義湘)의 덕을 사모하여 대장경을 인출하고 부석사와 안국사에 나누어서 봉안하였다. 부석사에 전해지고 있는 화엄경판은 이때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047년(문종 1) 봉은사에서 국사로 책봉되었으며, 말년에 고향에 절을 창건하자 문종은 화엄안국사(華嚴安國寺)라는 사액을 내렸다. 그뒤 부석사에 머물다가 나이 90세, 법랍 78세로 입적하였다.
언제나 화엄삼매에 주하였으며, 기원을 하면 꼭 영험이 있었다고 한다. 문종은 원융(圓融)이라는 시호를 내렸으며, 비는 현재 부석사에 있다. 제자로는 관증(觀證) · 해수(海秀) · 해원(海元) · 연윤(聯胤) 등 1,438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