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학몽(鸞鶴夢)」은 1871년 정태운(鄭泰運)이 지은 장회체 한문소설이다. 3책의 수고본(手稿本)이 후손 집안에 있으며 이민제(李敏濟)의 한글 번역본이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송나라의 신종 시절 구법당과 신법당의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허구적 인물들을 배치하여 서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 유교 질서 수호, 입신양명을 통한 가문 창달 등 전통적인 가치에 바탕하면서 기존 사대부가 관심 갖지 않았던 여성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등 조선 중기와는 확연히 다른 19세기 향촌 지식인의 이중적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기도 하다.
필사본. 3책의 수고본(手稿本)이 후손 집안에 있으며, 이를 이민제(李敏濟)가 한글로 번역하였는데, 이 필사본 4책이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있다.
작자 정태운(鄭泰運)은 1849년에 태어나 1909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호는 죽정(竹亭) 또는 오헌(悟軒)이다. 50세 이전에는 경기도 강화군에서 살다가 안성군 죽산(竹山)으로 이사했는데, 죽산에서의 삶은 주로 서당 훈장으로서 충청도의 여러 지역을 떠도는 삶이었다. 시문집 『오헌산고(悟軒散稿)』가 남아 있다.
「난학몽(鸞鶴夢)」은 29회의 장회로 이루어진 장편소설로, 중국 북송(北宋)시대 왕안석(王安石)의 신법(新法) 시행을 둘러싼 신법 세력과 구법 세력 간의 정쟁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차용하여, 한언범(韓彦汎) 일가를 중심으로 가문의 몰락과 창달의 문제를 그린 작품이다.
북송의 개국공신 한언범이 회계로 내려와 은거한다. 부인 유씨에게 자식이 없었는데, 옥황상제께서 옥학 한 쌍과 금란 한 쌍을 안겨 주는 꿈을 꾸고, 학선과 난선이라는 쌍둥이 남매를 낳는다. 한언범은 홍각(洪恪)의 딸과 학선의 혼인을 정하고, 이적(李迪)의 아들과 난선의 혼인을 정한다.
유 부인이 병이 들어 죽어 최 부인을 두 번째 아내로 얻는다. 최 부인은 아들 학년(鶴年)을 낳는다. 한언범이 어사(御使)에 제수되어 황성에 이르러, 재상 왕안석의 신법 폐지를 상소하다가 옥에 갇힌다.
최 부인은 학선과 난선을 지속적으로 학대한다. 난선이 황성에 올라가 상소하니, 황제가 효심에 감동하여 한언범의 죄를 가볍게 해 악주로 유배시킨다. 학선이 집을 나와 악주로 향하던 중 홍태위의 집에 의탁한다.
정적인 왕충이 난선을 며느리로 맞이하고자 최 부인을 협박하니, 최 부인은 난선을 속여 왕충의 집에 보내지만 난선이 도망한다. 최 부인은 학년과 함께 친정 낙주로 돌아간다.
한언범의 친척 한입성(韓立誠)의 아들 한임이 16살이 되어 유점검의 딸과 결혼하는데, 유점검의 적실 부인 손씨(孫氏)가 혼사에 불만을 품고 유 소저를 모해한다. 이에 한임은 유 소저를 음녀로 오해하고 회계로 떠나 버린다.
이듬해 송향(宋嚮)이 소흥 땅에서 난을 일으키자, 한임이 의병을 모아 토벌한다. 절도사가 되어 온 유점검이 지난날의 오해를 해명하고 한임과 유 소저는 재결합한다.
난선이 이형진과 결혼한다. 최 부인은 여종들의 모해를 알고서 잘못을 뉘우친다. 학년이 9살이 되자 학선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전당 곽태상(郭太常) 집을 찾아갔다가 축 부인의 딸 옥염(玉艶)과 정혼한다.
홍태위의 집에 머물던 학선은 홍태위가 죽고 조 부인과 홍충인이 자신을 해치려 하자 집을 떠나 형산도사에게 간다. 형산도사가 준 제갈무후의 책을 읽으며 3년을 공부한다. 홍충인이 동생 계향을 재상가인 범순의(范純義)에게 시집보내려 하니, 계향이 자결한다.
이 때 형산도사가 보낸 여승 혜청이 나타나 홍 소저를 형산으로 데리고 가 소생시키고, 학선과 재회한다. 1년 후 형산도사는 학선과 계향을 최 부인에게 보내고, 최 부인은 학선에게 지난날의 잘못을 사죄한다. 이때 학년이 돌아온다.
학선과 계향이 결혼한다. 이형진이 등과하고, 왕충의 아들 의영은 형진의 아내가 난선임을 알고 난선을 빼앗기 위해 모해하나, 난선의 상소로 해결되고 왕충은 주살된다. 정협(鄭俠)이 백성들의 어려움을 상소하자, 황제가 왕안석의 참정을 파하고 신법을 폐지한다.
난선의 상소로 아버지 한언범이 해배되어 문하시중이 된다. 이듬해 학선이 등과하자 위준(衛駿)이 과부가 된 딸을 황제의 힘을 빌려 학선의 소실로 들이게 한다.
여혜경의 상소로 황제가 왕안석을 다시 평장사로 삼는다. 한언범이 10여 차례 상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벼슬을 하직하고 낙양으로 돌아간다. 최 부인이 돌아와 사죄를 고하니 치사한다. 학선과 이형진이 사직하고 돌아와 부모를 봉양한다.
학년과 곽 소저가 결혼한다. 한언범이 홍 부인에게 계설향(鷄舌香) 두 개를 주며 대대로 종부(宗婦)에게 전하도록 한다. 위녀는 계설향을 얻지 못하자 불만을 갖는다.
신종(神宗)이 승하하고 태황태후 고씨가 조정을 맡아, 학선을 추밀학사에 제수하여 황성으로 불러들인다. 학선이 상경하자, 위녀는 전백중(錢伯重)과 통간하면서 한언범에게 홍 부인에게 죄가 있는 것처럼 꾸며 헐뜯는다. 서하의 진담(陣譚)이 경주를 침노하니, 여혜경이 학선을 천거한다.
위녀는 계설향 한 개를 훔쳐 전백중에게 주고는 홍 부인이 전백중과 통간한 것처럼 꾸민다. 한언범은 홍 부인을 별당에 가둔다. 한임의 도움을 받아 반란을 평정한 학선이 꿈에서 홍 부인의 위기를 알고 급히 낙양으로 돌아와 홍 부인을 구한다. 왕안석은 아들 방이 죽자 애통해 하다가 이듬해에 죽는다.
황제는 여혜경을 유배시키고, 위녀와 전백중을 한언범 집에 압송하여 목을 베도록 한다. 학선 · 한임 · 이형진이 벼슬을 하직하고 낙양으로 내려온다. 이후 한언범가의 자손들이 번성한다.
「난학몽」은 난선과 학선이라는 복수 주인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한언범 일가의 가문 내적 결속과 외적 창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는 시비들의 참소에 의한 계모-전실 자식 갈등과, 혼사 장애 갈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후반부는 노쇠한 한언범의 어리석은 태도에 의해 증폭되는 처첩 갈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정 내의 갈등은 다시 가문 외적인 정치적 갈등들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면서 심화 · 확장된다. 이때 정치적 갈등은 송대 왕안석을 중심으로 한 구법당과 신법당의 대립인데, 소설 속 한언범 집안의 인물들은 구법당으로 모두 허구적 인물들이다. 곧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되 소설속 주인공들은 모두 허구적 인물로 설정하여 자유로운 상상을 펼치고 있다.
「난학몽」은 유가적 이념 수호, 입신양명을 통한 가문 창달 등 전통적인 가치에 바탕하고 있지만, 사대부 남성이 여성의 구체적 삶에 대한 탐색, 일상적 모습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등 19세기 남성 향촌 지식인의 이중적 정신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