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9월 종합지인 『조광(朝光)』에 발표되었다. 「오감도(烏瞰圖)」(1934) · 「지주회시(蜘鼄會豕)」(1936) 등 실험적인 작품에 대한 생경한 반응을 신심리주의 또는 심화된 리얼리즘이라는 평가로 바꾸게 한 작가의 대표적 작품이다.
한국 소설사의 전통에서 이상 문학의 비범성을 부각시키고 한국 소설의 전통시학에 변혁을 가져온, 문학사상 획기적인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지식 청년인 ‘나’는 놀거나 밤낮없이 잠을 자면서 아내에게 사육된다. ‘나’는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자아의식이 강하며 현실 감각이 없다. 오직 한 번 시행착오로 아내를 차지해본 이외에는 단 한 번도 ‘아내’의 남편이었던 적이 없다.
아내가 외출하고 난 뒤에 아내의 방에 가서 화장품 냄새를 맡거나 돋보기로 화장지를 태우면서 아내에 대한 욕구를 대신한다. 아내는 자신의 매음 행위에 거추장스러운 ‘나’를 ‘볕 안 드는 방’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먹인다.
그 약이 감기약 아스피린인 줄 알고 지내던 ‘나’는 어느 날 그것이 수면제 아달린이라는 것을 알고 산으로 올라가 아내를 연구한다. ‘나’를 죽음으로 몰고 갔을지도 모를 수면제를 한꺼번에 여섯 개씩이나 먹고 일주야를 자고 깨어난다.
아내에 대한 의혹을 미안해하며 ‘나’는 아내에게 사죄하러 집으로 돌아왔다가 그만 아내의 매음 현장을 목도하고 만다. 도망쳐 나온 ‘나’는 쏘다니던 끝에 미스꼬시 옥상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물여섯 해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 때 정오의 사이렌이 울고 ‘나’는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보자꾸나.”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자기 소모적이고 자기 해체적인 모습을 그려, 사회 현실의 문제를 심리적인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시킨 문학기법상의 방향전환으로 문학사적 의미를 가진다.
또한, 이전 1920년대 1인칭소설에서 목격자나 실제 경험자의 보고, 고백이 외면적 표현이나 평면적 구성에 머무르지 않고, 심층심리의 표현이나 입체적 구성의 시도 등의 실험정신을 통하여 내면화되어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현대소설사의 한 분기점이 된다.
구실이 뒤바뀐 부부 관계는 사육되는 남편의 모습을 통하여 일상으로부터 소외된 ‘나’의 가치가 전도된 삶을 은유한다.
일상 세계와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던 아내와 단절된 상태에서 일상으로부터 차단된 자아분열의 폐쇄성을 극복하고, 자기 구제를 꾀하려는 ‘나’의 역설적인 비상(飛上)은 이상의 실험적인 문학 정신을 바탕으로 형상화되었다.
특히, 식민지 사회의 병리를 개체적인 삶의 모순과 갈등으로 치환시킴으로써 사회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식 및 심리의 내면화 현상은 1930년대 문학사에서 새롭게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