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오(吳)라는 남자는 여급들을, 여급들은 오와 같은 남자들을 잡아먹는, 서로 먹고 먹히는 남녀관계가 서사의 축을 구성하며, 동물상징을 통해 인물을 희화하고 풍자하고 있다. 또 현재와 과거, 과거 속의 과거를 아무 연관 없이 병치시켜 현실적 시간 개념과 주관적 시간 개념을 단절시키고 있고, 의식의 흐름 수법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소설은 『중앙』1936년 6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카페 여급인 아내와 무능력한 남편의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소설의 표제 ‘지주회시(지주會豕)’는 ‘거미가 돼지를 만나기, 또는 모으기’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돼지를 의미하는 시(豕)는 ‘발얽은 돼지의 걸음걸이’를 의미하는 축(豖)자의 파괴로서, ‘거미줄에 얽힌 돼지의 걸음걸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따라서 ‘지주회시’라는 제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서로 이용하고 파괴하는 가해적인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주인공과 아내의 관계, 돈을 둘러싼 친구와 주인공의 대립, 전무에게서 돈을 긁어내려는 아내의 술책 등을 통해 가정과 사회의 퇴폐와 병리를 조롱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례적으로 사회와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인식이 잘 나타나 있어 특징적이다. 금전의 위력 앞에서 꿈도, 인간관계도 무너져 내리는 1930년대 조선 경성의 물질만능적 세태를 풍자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