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2월 『여성(女性)』에 발표되었다. 작자는 1936년에 이르러 창작 경향이 시에서 소설 쪽으로 기울어졌는데, 이 해에 「날개」·「종생기(終生記)」·「봉별기」·「지주회시(蜘蛛會豕)」·「실화(失花)」 등의 대표적 단편소설들을 발표하였다. 이 작품은 자전적인 소설로 첫 여인인 금홍(錦紅)과의 ‘만남〔逢〕에서 헤어지기〔別〕까지의 기록’이란 뜻을 갖는다.
23세인 나는 폐병을 요양하기 위해 신개지(新開地) B온천에 간다. 간 지 사흘도 못 되어 여관 주인을 앞장 세워 간 기생집에서 금홍을 만나게 되고 화우(畵友) K와 함께 금홍에게 갔다 온 뒤, 서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녀를 불란서 유학생인 우와 변호사 C 등과도 잠자리를 같이 하게 한다. 그 뒤 금홍과 나는 동거생활을 1년 정도 한다.
그러던 중 금홍은 예전 생활에 대한 향수 때문에 현재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더니, 외출이 잦아지고 마침내 종적을 감춘다. 2개월 후 금홍이 뜻밖에 집에 돌아오더니 합의 이별 선물로 2인용 베개를 주고 또 나간다. 나는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와달라는 엽서를 금홍에게 보내고 금홍은 다시 돌아온다.
그 후 금홍은 나를 5개월 동안 먹여 살리다가 또 집을 나간다. 집에 돌아 온 나는 금홍을 잊고 지내는데, 술자리에서 긴상이 금홍의 소식을 전해준다. 나는 망설이다가 금홍을 찾아가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하고 놀다가 다시 헤어지기로 합의를 본다.
이 작품은 이상이 총독부 기사직을 그만두고 난 후,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친구 구본웅(具本雄)과 요양차 배천(白川) 온천에 가서 기생 금홍(본명 蓮心)과의 만남에서부터 헤어지기까지의 전말을 그리고 있다. 결핵과, 금홍과의 결혼 생활 3년은 그의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그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으므로, 이것을 다룬 「봉별기」 역시 이상 문학의 현실적 측면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