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형식은 10행, 기 · 승 · 전 · 결로 짜여 있다. 첫 부분은 1∼4행까지이며 이별이라는 상황을 제시한다. “님은 갓슴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갓슴니다.”로 시작되는 이 첫 연은 떠나간 님을 시적 주체로 하여 이별의 정황을 곡진하게 서술한다.
둘째 부분은 5∼6행으로서 “귀먹고/눈멀어/○음에 터짐니다.”와 같이 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을 드러낸다. 시적 주체가 ‘나’로 전환된 것도 특징이다. 셋째 부분은 7∼8행으로서 ‘그러나’에 의해 시상이 반전된다. 이별의 고통과 슬픔이 “○음의 힘을 옴겨서 새 希望(희망)의 정수박이에 드러부엇슴니다./떠날 때에 다시 맛날 것을 밋슴니다.”와 같이 만남을 향한 희망과 확신으로 반전되어 있는 것이다.
넷째 부분은 마지막 9∼10행, 즉 “님을 보내지 아니하얏슴니다./사랑의 노래는 님의沈默(침묵)을 휩싸고 돔니다.”로서 만남의 확신으로 맺어진다. 따라서 시 「님의 침묵」은 의미상 ‘이별→이별 후의 고통, 슬픔→희망으로의 전환→만남의 확신’으로 전개되는 극적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은 이별(正)에서 고통→희망(反), 그리고 만남(合)으로 전개되는 불교적 변증법을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만남과 헤어짐, 헤어짐과 다시 만남으로 이어지는 생성과 소멸의 변증법의 한 반영이면서 불교적인 윤회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시집 『님의 침묵』 88편의 내용도 이러한 변증법적 사유를 바탕으로 한 기 · 승 · 전 · 결의 연작시 형태로 짜여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개인적 의미에서 ‘이별→고통 · 슬픔/희망→만남’의 구성원리는 사회적 · 공적 차원으로 확대되어 ‘국권상실→고통 · 슬픔/희망→국권회복’이라는 해석을 가능하게 하여, 「님의 침묵」이 단순한 연애시가 아니라 저항시의 성격도 지닐 수 있게 해주는 논리적 근거가 된다. 이별과 만남 또는 소멸과 생성을 축으로 한 변증법적 갈등과 그 지양을 통해서 작가가 새롭고 빛나는 정신의 승리를 성취한 예가 바로 「님의 침묵」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