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양장. 146면. 작자의 제2시집으로, 1949년 중앙문화협회에서 출판하였다. “진주(眞珠)무덤에/황토(黃土)를 덮고/나는 원(願)한다/꽃들아/네 맘대로/피어라/나는 시인(詩人)이 번영(繁榮)치 못하는/시간(時間)에 왔다 간다.”라는 서시, 이헌구(李軒求)의 서문, 본시, 저자의 발문의 차례로 되어 있다.
본시에는 1부에 「그대 주신 푸른 하늘」·「꽃·나비·시(詩)」 등 15편, 2부에 「시인(詩人)의 눈물」·「담배」 등 15편, 3부에 「이별(離別)의 노래」·「독방(獨房) 62호실의 겨울」 등 6편, 4부에 「해방(解放)」·「슬픔을 넘어서」 등 15편, 모두 51편을 수록하였다. 이 시집의 내용은 옥중 체험과 광복 체험을 양 축으로 한 고통과 환희의 양면성 표출에 그 핵심이 놓여진다.
작자에게 있어 영어(囹圄) 체험은 다소 관념적이던 작자의 시풍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김광섭은 일제 말엽인 1941년 2월 21일부터 1944년 9월까지 재직했던 중동학교의 학생들에게 민족사상을 고취하였다는 죄목으로 약 3년 8개월 동안 옥고를 치르게 되었다. 옥고의 쓰라린 체험은 작자의 생애와 시세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시집에는 「옥수(獄愁)」·「옥창(獄窓)에 기대여」·「독방 62호실의 겨울」 등 많은 옥중시가 등장한다.
시 「이별의 노래」는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만 100일간 생활을 하다가 1941년 5월 31일 서대문형무소로 가기 직전 벽에 새긴 시라 한다. 그만큼 답답하고 비통한 심정이 애절하게 표출되어 있다. 한편 시 「벌(罰)」에는 옥중에서 겪는 참담한 고통과 쓰라림이 보다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이 시의 핵심은 고통스런 감옥 생활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렇게 만든 간악한 힘, 즉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한 울분과 적개심의 분출에 놓여진다.
“지치고 울분한 한숨에/불을 지르고 나도 타고 싶었다.”라는 구절 속에는 민족적인 울분과 함께 항일 적개심이 강렬하게 용솟음치고 있다. 작자가 오랜 어둠 속에서 고대하던 “행여 백조(白鳥)가 오는 날”(시 「마음」에서) 속의 해방은 마침내 작자로 하여금 ‘해방의 노래’를 부르게 한다.
「독립(獨立)의 길」·「나의 사랑하는 나라」·「민족(民族)의 제전(祭典)」 등은 새 조국 건설에의 힘찬 환호의 외침이다. 이처럼 작자의 제2시집인 이 시집은 일제하의 고통과 광복의 환희를 노래한 시들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