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용향악보』에 수록되어 있다. 원래 이 노래는 민간신앙인 서낭신앙을 기반으로 한 무가(巫歌)로서, 서낭당의 제단에 서낭상(床)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낼 때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궁중의 악장 가운데 속악가사의 하나로 채택됨으로써 무가적 기능과 악장적 기능을 복합적으로 갖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八位城隍(팔위성황) 여○ 位(위)런 놀오쉬오
믓갓 가ᅀᆞ리 쟝화섀라
當時(당시)예 黑牧丹(흑모란)고리
坊廂(방상)애 ᄀᆞ드가리
노니실 大王(대왕)하
디러렁다리 다리러디러리
이 노래에서 불려지고 있는 신은 팔위성황(八位城皇)의 여덟 대왕이다. 이것이 팔도성황(八道城皇)과 대응되는 것이라면 경상도 태백산선왕, 전라도 지리산선왕, 충청도 계룡산선왕, 강원도 금강산선왕, 경기도 삼각산선왕, 함경도 백두산선왕, 평안도자모산(慈母山)선왕, 황해도 구월산선왕이 된다. 결국 이 여덟 산신을 모시는 제의에 연결되고, 따라서 이 경우의 서낭신은 마을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성격을 띤다고 하겠다.
가사의 내용은 현대어 옮김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서낭당의 여덟 성황신이 성안에서 흑모란(黑牡丹) 같은 많은 여인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양을 객관적 시점으로 묘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 성황신과 여인의 결합은 단순한 음사(淫詞)가 아니라 풍요와 다산을 의미하는 주술적 상징일 것이다. 제목이 ‘대왕반’인 점에 주목하면, 어쩌면 이 노래는 성황신의 신주단지에 제물을 가득 차려놓고, 여덟 성황을 부르는 내용인 것도 같다.
이 노래는 조선 태조가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국사당(國師堂 : 서울의 수호신사는 북악산의 북악신사와 남산의 목멱신사임.)에서 제사 때 불렸으리라고 생각된다. 노래의 선법(旋法)은 평조(平調)이고, 곡의 길이는 한 장단이 16박자로 된 열세 장단으로 구성되었다. 악보는 『시용향악보(時用鄕樂譜)』의 16정간보(井間譜)에 오음약보(五音略譜)로 기보(記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