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遯)’은 ‘달리다(鰂)’과 ‘돈(豚)’의 합성어로서 돼지는 잘 달아나기 때문에 ‘도망가다’ ‘물러나다’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돈괘는 아래에 있는 2개의 음효가 점점 자라남에 따라 위에 있는 4개의 양효가 물러나는 형상이다. 또한 내괘인 간괘는 융기하는 산을 상징하고 외괘인 건괘는 상승하는 성질을 갖는 하늘을 상징한다.
즉 돈괘는 여러 가지 조건들에 의하여 현재의 위치에서부터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괘사에서 “돈은 형통하니 소인은 올바름을 지켜야 이롭다”라고하여 ‘형통하다’라고 평한 것은 물러날 때가 되면 물러나는 것이 바로 ‘시중(時中)’이며 시중은 최고의 행동규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서 “나아가는 것과 물러나는 것, 보존하는 것과 없애는 것을 알아 그 바름을 잃지 않는 자는 오직 성인뿐일 것이다”라고 주장한 바와같이 시중을 지키는 일, 그 중에서도 미련없이 물러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물러나야 하는데, 음효인 2효에게 얽매여 있다. 병이 들어 위태로우니 신하와 첩을 기르는 데에는 길하다”라는 3효의 효사는 세상의 명리와 인정에 얽매어 물러나야 할 상황에서 물러나지 못하는 과오(過誤)를 보여주고 있다.
“좋아하면서도 물러나니 군자는 길하고 소인은 막혀있다”라고 4효에서 말한 바와 같이 좋아하면서도 이에 집착하지 않고 물러날 수 있는 자기 극복 즉, ‘극기(克己)’가 이루어 질 때 시중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