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핀·바셀린·송진 등을 섞어 만든 기름을 먹인 얇은 종이를 줄판 위에 놓고 철필로 긁어서 구멍을 내어 이를 틀에 끼운 다음 잉크를 묻힌 롤러를 굴리면 잉크가 배어나와 종이에 글씨나 그림이 나타난다.
이를 등사판 또는 속사판이라고 한다. 등사원지 한장에 철필로 글씨를 쓰는 데에는 1시간 쯤 걸리며 이 한 장으로는 약 500장을 인쇄할 수 있다. 등사기는 일반관공서·회사뿐만 아니라 시험을 자주 치르는 학교에는 필수품이었으며 전문가를 따로 고용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수동식 등사기는 한 장씩 밀어내고 종이를 제친 다음 다시 밀어야 하는 불편이 따르고 그만큼 시간도 걸렸다. 이와 같은 결점을 보완한 것이 윤전등사기이다. 이것은 스크린을 붙인 원통(圓筒)에 원지를 붙이고 원통의 회전에 따라 인쇄되는 기계로 잉크는 원통 안에서 공급된다.
핸들을 손으로 돌리는 수동식과 소형전동기를 붙인 전동식의 두 종류가 있으며 전동식은 1분간에 최고 150장을 인쇄할 수 있다.
전동식에는 미리 인쇄량을 조절하는 장치와 잉크가 모자라면 벨이 울리는 장치, 인쇄위치를 조정하는 장치를 붙인 것도 있다. 원지는 일반 철판용 외에 타이프용 원지가 있으며 잉크는 마르기 쉬운 등사판 전용의 것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