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에 송순(宋純)이 지은 가사. 2음보 1구로 계산하여 전체 145구이며, 음수율은 3·4조, 4·4조, 3·3조, 4·2조, 3·5조 등 다양하다. 필사본 ≪잡가 雜歌≫에 국문가사가 전한다. 작자의 문집인 ≪면앙집 俛仰集≫에는 한역가가 실려 있으며, ‘무등곡(無等曲)’이라고도 한다.
작자가 41, 42세 때인 1533년(중종 28)경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창작연대에 관해서는 송순의 만년설과 40대설 두 가지가 있다. 송순의 행적에 기록된 면앙정 창건시기가 1533년이라는 점과 면앙정 창축 후 읊었다는 <면앙정삼언가 俛仰亭三言歌>의 가의(歌意)가 <면앙정가>의 그것과 서로 통하는 것으로 보아 40대설에 더 신빙성을 두고 있다.
또한 명칭에 대해서도 <면앙정가>와 <무등곡>을 같은 작품으로 보는 견해와 별개의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면앙집≫ 권7 <면앙정잡록> 중 이안눌(李安訥)의 시주(詩注)에 <무등곡>은 <면앙정장가>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어, 두 개가 같은 노래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사는 작자가 관직에서 잠시 물러나 그의 향리인 전라도 담양 기촌(企村)에 머물러 있을 때, 그곳 제월봉(霽月峰) 아래에 면앙정을 짓고 그 주변 산수 경개와 계절에 따른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하며 즐긴 것을 노래한 가사이다.
내용은 6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단은 서사(序詞)로서, 무등산 일맥(一脈)이 동쪽에서 뻗어와 면앙정이 위치한 제월봉을 이루었다는 것을 노래하였다. 제2단은 면앙정 주변 경개의 수려함에 감탄하여 칭송한 것이다. 특히 칠곡(七曲)의 기묘함과 정자 앞에 펼쳐지는 긴 내와 너른 전야(田野)의 유연한 경관을 노래하였다.
제3단은 면앙정에서의 조망(眺望) 풍경을 그린 것으로, 추월산(秋月山)을 두산(頭山)으로 하여 용구산(龍龜山)·몽선산(夢仙山)·불대산(佛臺山) 등 여러 산봉우리가 우뚝 솟은 장관과 이어서 천암만학(千巖萬壑)을 집을 삼아 유유히 떠다니는 흰 구름, 안개노을의 조용하고 한가로운 모습을 탄미하였다.
제4단은 사시경물(四時景物)을 노래한 것이다. 봄철의 푸른 버드나무 숲 속 꾀꼬리의 교태 겨운 울음소리, 여름철의 백척난간에 불어오는 훈훈한 바람과 긴 낮잠, 가을철의 온 산을 물들인 영롱한 단풍과 흥겨운 어부의 피리소리, 겨울철의 빙설(氷雪)로 치장한 경궁요대(瓊宮瑤臺)와 옥해은산(玉海銀山)의 아름다운 경치를 탄미하였다.
제5단은 취흥자득(醉興自得)하는 흥취를 노래하였는데, 거문고를 타며 풍류삼매(風流三昧)에 든 경지가 신선과 방불함을 그렸다. 제6단은 결사로서 강산풍월(江山風月)을 거느리고 소요자적하는 생활이 악양루(岳陽樓) 위의 이백(李白)이 부럽지 않다고 자랑하며, 이것이 모두 임금의 은혜라고 노래하였다.
자연탄상(自然歎賞)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전래의 풍류미를 선양한 격조 높은 가풍을 보인다. 동시에 구성 체재와 표현형식이 완성도가 높다. 특히 시어의 선택에 있어 자유자재의 고유어 구사능력과 말을 섞는 기발한 솜씨, 조어(造語)의 공교(工巧)함, 그리고 이에 따른 절실한 정감 등은 가사문학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 芝峰類說≫을 비롯하여 심수경(沈守慶)의 ≪견한잡록 遣閑雜錄≫, 홍만종(洪萬宗)의 ≪순오지 旬五志≫, 어숙권(魚叔權)의 ≪패관잡기 稗官雜記≫ 등에서도 이 작품을 한결같이 높이 평가하였다.
즉, 내용적으로는 면앙정 주변의 산수의 아름다움과 이를 유상하는 즐거움, 그리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유감 없이 표현하였고, 형식적으로는 어사(語辭)가 청완(淸婉)하고 유창(流暢)하다고 칭찬하였다.
<면앙정가>는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 賞春曲>과 더불어 호남 가사문학의 원류가 될 뿐 아니라, 그 내용·형식·가풍 등은 정철(鄭澈)의 <성산별곡 星山別曲>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어 가사문학의 계보 연구에 필수적인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