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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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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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의 목록과 수량을 열기한 문서. 관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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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물품의 목록과 수량을 열기한 문서. 관문서.
개설

한자어로는 ‘발기(發記)’·‘발기(撥記)’ 등으로 쓴다. 발기는 주로 궁중에서 많이 쓰였던 것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1819년(순조 19) 세자가례 때부터 국권상실 직후까지 약 100년간의 것들이다.

그러나 그 쓰임의 역사는 오랜 것으로 추측된다. 예컨대 인조반정 이후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계축일기』에도 “발기하여 갔다.”는 대목이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발기를 이두식 차음으로 ‘件記’로 표기해 온 사실로도 미루어 알 수 있다.

내용

현재 장서각(藏書閣)문고로 전해 내려오는 것이 700여 점 정도 있다. 그 가운데는 ‘발기’라는 명칭 외에 ‘명단’·‘단자’·‘청구서’도 몇 장 끼여 있다. ‘명단’과 ‘청구서’는 일제강점기 때의 것이므로 우리 나라 고유의 명칭은 아니다.

다만, 단자(單子)만은 궁중발기의 경우, 신하가 진상품과 동시에 올린 문서에 많다. 단자란 원래 메모 정도의 간략한 종이쪽지로 사주단자·처녀단자·호적단자 등 쓰임새가 여러 가지다. 궁중발기는 국가의 잔치·제사·의식 등 길흉관계의 큰 행사 때와 탄일·명절·왕자녀의 경사 등이 있을 때 소요되는 물품의 목록과 수요를 적어 올리는 일종의 견적서이다. 물건뿐만이 아니라 인력(人力)을 필요로 하는 동원관계의 명세서도 포함된다.

한편, 사후의 복명서 같은 발기도 있다. 이 밖에 하사품의 목록을 적어놓은 ‘하사발기’, 신하들로부터 받은 물목의 ‘진상발기’가 있다. 세간 및 재산목록을 기록한 ‘고간발기’ 등도 있다. 진상발기는 진상단자를 다시 한 번 궁중 양식대로 발기로 정리해놓은 것이다.

경우에 따라 양식·지질·종이의 빛깔, 크기가 일정치 않으나 대체로 궁중발기는 저주지(楮注紙)가 아니면 도련지(擣鍊紙)를 길게 이은 두루마리 형식이다. 그 중에는 아코디언식으로 접어 책같이 만든 접초[貼草]도 있다. 진상단자 속에는 접초가 많다.

현재 전하는 발기 중 가장 화려한 것은 임오가례(순종의 첫번째 결혼) 관계이다. 홍색·녹색·황색·연분홍색·청색의 5색 도련지를 한 장씩 이어 긴 것은 1m나 된다.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아름다운 궁체 한글로, 또는 단정한 한자로 적어 내려갔다. 궁중에는 발기만 전문으로 쓰는 궁녀가 있었다고 하며, 오늘날 전하는 발기 중 대부분은 헌종 때 이나인의 필적이라 전한다.

접초의 양식은 흰색, 또는 미색 간지(簡紙)를 넷으로 접어 책같이 만들고 앞뒤에 딱딱한 종이로 배접을 했다. 표지에 ‘진상단자’ 또는 ‘임오천만세’, ‘만수성절’ 등의 제목을 쓴다. 2면과 3면에 물목을 쓰고 하단에 신(臣) 아무개라 서명한다. 연월일은 뒷면에 간지 또는 중국 연호로 쓰여 있다.

관찰사의 공상단자는 물목 위에 직인이 찍혀 있어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두루마리 형식의 진상단자도 있다. 궁중발기의 규격은 대체로 일정하다. 국혼 이외의 것은 대개 흰 간지로서 내역에 따라 두루마리의 길이에 차이가 있다. 간혹 흰 반지(半紙)에 서투른 글씨로 간략하게 적은 발기도 있다. 이것은 대개 수방(繡房)이나 침방에서 나인들이 납품목록을 메모해 들인 단자이다. 이러한 경우 똑같은 내용의 정식 발기가 한벌 있게 마련이다.

제사 관계의 발기는 흰 간지로 길이 34㎝, 너비 12. 5㎝의 큰 봉투를 만들어 위 양편에 같은 종이로 끈을 달고 위에서 5㎝ 아래에 같은 종이로 띠를 붙여서 그 속으로 봉투의 뚜껑을 넣어 닫게 만들었다.

700여 점의 발기를 종류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1) 국혼관계 : ① 간택의 절차·복식·음식·예단·노리개·신하들의 진상관계, ② 가례시의 신랑·신부에 관계되는 것 : 의대·금침·비녀·패물·주머니·단추·누비옷·흉배·그릇·병풍 등, ③ 가례시의 진상관계 : 각 종실·외척·중신·지방장관으로부터의 8도 공물, ④ 가례시의 각전 시위담당 또는 동원관계, ⑤ 길례(吉禮)관계 : 주로 순조의 딸인 명온공주 및 덕온공주 결혼 때의 것과 의화군(義和君 : 뒤의 의친왕)의 결혼관계.

(2) 관례(冠禮) : 흥인군(興寅君)·의화군·영친왕의 관례.

(3) 대왕대비 및 왕대비의 존호관계.

(4) 다례(茶禮)관계.

(5) 상격(賞格)관계 : 세자(순종)탄생, 두진(홍역·마마 등)회복경축, 입학, 논어필강(論語畢講), 고종의 망육순(51세 탄일), 육순잔치관계.

(6) 평상시

① 왕의 탄일관계 : 음식·의복·진상품, ② 명절(正朝·초파일·단오·동지 등) 및 절기마다 새로 짓는 의복발기, ③ 운현대감 생신에 의복을 지어 보낸 발기, ④ 수방에서 올리는 줌치주머니발기, ⑤ 부채 반사(頒賜)발기, ⑥ 브침발기(중국에서 사온 발기), ⑦ 의차(衣次)관계 : 직조·도침(搗砧)·염색·쟁(명주·무명·베 따위를 빨아서 풀을 먹여 손질함. )발기, ⑧ 공주방 곳간 발기,

⑨ 하사관계 : 종실·외척집의 환갑·돌 등에 옷감을 하사하는 발기, 대원군 생신, 그의 장자 흥친왕 장녀의 백일, 순조의 부마 등에게 내린 의차발기, 정조(正朝)에 후궁들에게 내린 의차발기, 나인들에게 내리는 하사품발기, ⑩ 능에 가는 발기 : 별감들의 복식, 소요물품의 목록, ⑪ 위축발기 : 명성황후가 그 아들 세자를 위해 명산대천 및 성황당에 치성드린 물품의 목록과 대궐 안의 각 전각에 고사지내는 물품목록.

의의와 평가

오늘날 남아 있는 궁중발기는 고문서로서 귀중한 자료이다. 그것은 복식·음식·무속 등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만화경 같은 궁중풍속의 자료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사온 보석·옷감·그릇·진주선·양품금·금사·은사 등도 조선시대 후기의 경제사적 측면에서 귀중한 자료가 된다.

또, 한 번의 국혼에 이불이 560채, 베개만도 36개를 장만했다는 사실과 진주·마노·금·은 등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입품이 모두 국고에서 지출되었음을 생각할 때, 임오가례 뒤 불과 반년도 못 가서 임오군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은 절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편, 진상단자와 발기를 통해 한말 관리들의 아첨풍도를 엿볼 수 있어 사회학적으로도 귀중한 참고자료가 된다.

참고문헌

『조선궁중풍속연구』(김용숙, 일지사, 1987)
「궁중발기연구」(『향토서울』 18, 1963)
관련 미디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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