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연대는 작자의 생애 후반기로 추정된다. 김려(金鑢)가 찬한 『담정총서』 권11 「매화외사(梅花外史)」에 수록되어 있다. 「부목한전」의 경개는 다음과 같다.
진천(鎭川)의 산중에 위치한 절에 수좌와 상좌가 살고 있었다. 수좌의 명에 따라 상좌가 술을 담가놓으면, 술이 익을 때쯤 어디선가 부목한이 나타나 실컷 마시고 놀다가 갔다. 하루는 부목한이 수좌에게 앞으로 다가올 일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수좌가 피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부목한은 아무 날 오겠다고 하고 떠났다. 그날 저녁에 호환(虎患)이 일어나 수좌가 죽었다. 화장을 하려던 날에 부목한이 와서 실컷 울고 떠났다.
상좌가 부목한을 따르겠다고 하였다. 부목한은 그에게 단명하니 인생지락이나 누리다 가라고 했다. 이별 후 상좌는 중속한(重俗漢 : 속인)이 되어 살다가 부목한이 말한 날에 죽었다.
「부목한전」은 절에서 땔감을 마련하는 등의 잡일을 거드는 부목한이 미래를 예언하는 비범한 인물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자 이옥이 밝힌 입전동기는 우리 민족이 민족적 긍지나 주체의식이 결여되어 자기비하적 태도가 심한 것을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비슷한 입전동기로 창작된 작품으로 「신병사전」이 있다. 이옥은 이런 유형의 인물들을 입전하여 서사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이런 의식은 이미 그보다 앞선 시대의 허균(許筠)의 이인전(異人傳)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후대에는 유본학(柳本學)·정약용(丁若鏞) 등의 신선(神仙)의 전들에서 볼 수 있다.
「부목한전」은 이옥의 초기 경험론에 입각한 합리적 세계 인식 태도와는 다른 새로운 의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 점은 사대부로서의 현실적 삶의 좌절에서 온 자의식의 분열된 모습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작자는 이런 비현실적인 인물들을 실존적 인물이라고 입증하고 있다. 그러므로 전 양식이 가져야 할 사실기술의 서사문법을 이탈하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