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생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서울의 사족(士族) 집안에서 태어난 심생(沈生)이 우연히 길을 가다가 호조계사(戶曹計士)로 노퇴한 중인(中人)의 딸과 눈이 맞아 뒤를 쫓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심생은 매일 밤 담장을 넘어 처자의 방문 앞에 기다리기를 한 달을 한 뒤에 뜻을 이루었다.
그러나 심생의 부모가 이를 알고 그를 북한산 산사로 공부하러 보냈다. 그녀는 심생을 그리워하다가 끝내 병이 들었다. 죽음이 임박하여 심생에게 편지를 보내어 하직하고는 죽었다. 그녀의 죽음을 뒤늦게 안 심생은 글공부를 버리고 무과에 급제하여 금오랑(金烏郞)에 올랐으나 요절하였다.
「심생전」의 서술자는 사평(史評)에서 이 이야기를 12세 때에 시골 학당에서 선생으로부터 들었다. 선생은 심생과 동창으로 절에서 편지를 받았을 때에 함께 있었다고 한다.
이옥은 이 내용이 실재한 것임을 밝히고, 정사(情史)에 추록하기 위하여 쓴다고 하였다. 또, 풍류낭자의 일을 본받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모든 일에 대하여 진실로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없음을 일깨워 주려고 들려준 것이라는 교훈성을 내세우고 있다.
「심생전」은 서술자의 이러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 두 남녀의 신분갈등으로 인한 혼사장애 모티프는 조선 후기 신분질서의 동요라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 언문소설을 즐겨 읽었다는 것을 통해서 당시 국문소설 독자층은 여주인공과 같은 부유한 중인이나 상인의 부녀자였음을 알게 한다.
「심생전」은 한 인물의 성격을 확인하기 위한 행적의 삽화식 서술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 사건의 시말을 장면 제시적으로 서술을 하여 서술의 야담취향성을 보여 준다. 사건의 결말이 설화나 소설과는 달리 비극적인 것은 사실에 입각해서 기록해야 하는 전(傳)의 장르적 성격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