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옛말은 ‘뷔’이며 지역에 따라 비짜락 · 비짜루 · 비짜리 · 비찌락 따위로 부른다.
비는 만드는 모양도 여러 가지이나 재료 또한 다양해서 짚 · 띠 · 싸리 · 수수 · 소나무 뿌리털 · 동물의 꼬리털 · 칡의 청올치 등으로 만들며 쓰임에 따라 방비 · 마루비 · 마당비 · 부엌비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방비는 빗목을 청홍색실로 묶기도 하고 왕골끈으로 돌려 묶기도 한다. 마디마디를 조여 묶은 모양이 부챗살처럼 퍼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비는 재료에 따라 장목수수비 · 장목비 · 댑싸리비 · 개꼬리비 · 청올치비 · 솔뿌리비 · 띠비 따위의 이름이 있는데 이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장목수수비 : 장목수수는 알이 잘고 껍질이 두꺼워 곡물로서의 가치는 적으나 줄기가 길어 농가에서는 비를 매기 위해 따로 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수수비라고 하며 부엌에서 많이 쓴다.
② 장목비 : 장목은 본래 군기(軍旗)나 농기(農旗)의 깃대 끝에 장식으로 꽂는 꿩의 꽁지깃 묶음을 이르는 말로서 꿩의 긴 꽁지깃을 모아서 맨 비를 장목비라고 한다. 꿩의 깃도 아름답지만 손잡이나 깃을 모아 묶는 끈에 채색을 입혀서 벽에 걸어두면 장식의 구실도 겸한다. 상류가정에서 쓰던 고급비이다.
③ 댑싸리비 : 댑싸리는 명아주과에 속하는 일년생 풀로서 심기도 하지만 밭 가 같은 곳에 저절로 나기도 한다. 줄기의 길이가 1m 가량이고 가지가 무성해서 비의 재료로는 안성마춤이다. 줄기째 매며 마당비로 쓴다.
④ 띠비 : 띠는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들이나 길가에 저절로 난다. 잎은 실처럼 가늘지만 길이가 65㎝쯤 되며 줄기도 30㎝에 이른다. 전북특별자치도 남원 일대의 생산품은 모양이 아름다워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방비로 쓰는데 흔하지는 않다.
⑤ 개꼬리비 : 개의 꼬리만을 잘라 안의 것을 발라내고 나무심을 박아서 맨 비이다. 방에서 쓰며 더러워지면 물에 빨기도 한다.
⑥ 청올치비 : 청올치는 칡덩굴에서 벗겨낸 속껍질로 베를 짜는 데 쓰기도 한다. ㄱ자로 구부러진 나무에 이를 매어서 비로 쓴다. ⑦ 소나무뿌리털비 : 소나무뿌리의 잔털을 모아서 맨 비이다. 상류가정의 사랑방에서 많이 쓴다.
우리 민담에는 부엌비가 도깨비로 변하는 내용의 것이 많다. 도깨비를 잡아서 묶어놓고 이튿날 보면 비에 피가 묻어 있더라는 따위의 이야기는 어떤 농촌에나 퍼져 있다. 이것은 부엌에서 여인네가 비를 깔고 앉아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달것[月經]이 묻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