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율시. 『익재난고(益齋亂藁)』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충선왕이 원나라에 머물 때 참소를 받고 토번에 귀양가게 되자 따라가면서 고향생각을 읊은 시이다.
1·2구에서는 『논어』에서 사해가 모두 형제라고 하여 남과 잘 지내면 형제와 다름없다고 하였지만, 자신은 마치 물 위에 떠다니는 조각배와 같다고 자신의 떠돌이 신세를 한탄하였다. 3·4구에서는 이같은 심정이 바로 고향에의 그리움으로 이어져서 “기러기 소리만 들어도 고향생각에 젖는다.”고 하여, 감각적 수법으로 자신의 짙은 향수를 효과적으로 나타내었다.
5·6구에서는 자신의 바람과는 달리 고국과는 반대방향인 촉지방으로 향하는 안타까움을 읊었다. 배를 타고 양쯔강(揚子江)을 거슬러 올라가 청신(淸神)이라는 고을을 지나서 백제성(白帝城) 근처에 이르렀다.
그런데 백제성은 옛날 촉나라 황제가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곳이라, 자기 임금이 겪는 수난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제현으로서는 예사로 지나칠 수 없었다. 이곳의 궁상맞은 가을비나 떨어지는 해는 시인의 참담한 마음을 더욱 고조시키는 대상인 것이다.
7·8구에서는 원나라에서 유행하는 우유식품인 양락(羊酪)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고향에서 먹던 순채국을 잊지 못한다고 하여, 순채국이 생각나서 벼슬을 버리고 돌아갔다는 군평(君平)처럼, 자신도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자신의 강렬한 소망을 담았다.
이 시는 조국을 위하여 이국땅에서 분주하게 내왕하는 사이에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나타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