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李光洙)가 지은 장편소설. 1938년에 박문서관(博文書舘)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하였으며 1950년 박문출판사에서 재판하였다. 이 작품은 이광수가 광복 전 수양동우회(修養同友會)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뒤 자하문 밖 산장에서 병든 몸을 다스리면서 쓴 것으로 종교적 경향이 짙은 작품이다. 이광수는 1930년대의 국내외적인 정세의 불안의식을 형이상학적인 정신지상주의로 승화시키고자 노력하였다.
그의 이상주의적인 애정관은 <유정 有情>(1935)에서 비롯하였고, <사랑>에서는 그것을 완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광수가 말년에 도달한 인생관은 끝없이 높은 사랑을 찾아 향상하는 것이었다. 부처님의 사랑, 무차별 평등의 사랑, 모든 중생을 애인이나 외아들같이 사랑하는 사랑, 이것이 그가 말하는 끝없이 높은 사랑이요, 인생의 최고 목표였다.
이광수의 작품에 나타난 사상을 종교적 관점에서 조명하여보면, 범신교적인 다양한 종교세계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최고의 사랑을 위한 고행을 구체화한 것이 이 소설의 여주인공 석순옥의 일생이다.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교원을 하던 석순옥은 안빈 박사의 저서에 감화를 받아 그의 병원 간호부로 자원해 들어간다. 안빈은 문인으로 이름이 높았으나 생각하는 바 있어 의업으로 전환한 사람이다.
안빈은 예수와 석가여래의 사상을 몸소 실천하려는 이상주의자였고, 그 아내 옥남도 남편을 하느님같이 믿는 사람이었다. 순옥은 끝없이 순수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였으나,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끊임없는 오해와 곤욕뿐이었다. 안빈과 그 아내 옥남, 그리고 순옥은 미묘한 삼각관계의 애정으로 오해를 받았다. 그러나 옥남은 순옥과 안빈 사이가 청순한 종교적 애정이었음을 확인하고 죽는다.
순옥은 안빈의 부인의 심적 고통을 덜기 위하여 시인으로 자처하는 건달 허영과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한다. 순옥은 방탕한 허영과 시어머니로부터 터무니없는 중상을 받아 마침내 이혼한다. 그러나 그 뒤에도 허영이 뇌출혈로 중환자가 된 것을 알고 병시중을 정성껏 한다는 이야기이다.
순옥의 일생은 성자인 안빈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에게 지고의 사랑을 바치는 종교적 이상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벌레도 향상하기를 힘쓰면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영원한 존재를 인식하여 육체를 떠나는 불교적 인생관이 이 작품의 주된 사상이다. 한마디로 현실의 물질적 이해관계와 육체적 욕망을 초월한 이상주의적 사랑을 그린 계몽주의적 소설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