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전승되는 무당굿이다. 대개 윤달에 많이 치러지고 집단적으로 행해지는데 ‘생(生)오구’라고도 한다. 기능과 의례 내용에서 황해도 지역의 만수대탁굿이나 절에서 하고 있는 생전예수재(生前預修齋)와 비슷하다. 산오구굿은 오구굿과 내용이 유사하나 산 사람이 죽은 후를 준비하는 굿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동래 산오구굿의 제차를 보면 ① 산신제, ② 조상굿, ③ 골매기굿, ④ 문굿, ⑤ 초망자굿, ⑥ 방심굿, ⑦ 시왕굿, ⑧ 산신굿, ⑨ 오구대왕풀이, ⑩ 영산맞이, ⑪ 시황탄일굿, ⑫ 꽃놀이, ⑬ 등놀이, ⑭ 정정밟이(가마타기), ⑮ 화산, ⑯ 수부치기의 순서로 행해진다. 제차의 사이사이에는 축원굿이 끼어들고 「신중타령」과 같은 민요를 불러 흥을 돋우기도 한다.
먼저 산신제를 모시고 조상굿을 하여 조상에게 굿을 한다는 사실을 아뢴다. 다음으로 벌이는 골매기굿은 마을의 신을 모시는 것이다. 또 문을 열어 초망자굿으로 망인을 청하는데 여기서는 산넋을 모시게 된다.
다음으로 저승을 관장하는 불교의 신인 열시왕을 모시고 역시 무속에서 저승의 신인 「바리데기」를 청하는 서사무가를 부른다. 또 염불을 한 뒤 「꽃노래」를 불러 아름다운 저승의 세계를 묘사하고 「등노래」로 저승 가는 길을 밝힌다. 하지만 저승 가는 배를 상징하는 「뱃노래」는 하지 않고 길닦음도 없다.
그 대신 오구굿에는 없는 가마타기가 들어간다. 가마타기는 산오구굿을 받는 노인이 꽃가마를 타고 가족들이 메게 한 뒤 굿당을 한 바퀴 도는 것이다. 염불을 하면서 굿당을 돈 후에는 다 함께 극락춤을 추는데 이는 상여를 타고 저승길을 가보는 것을 모의하는 내용이다.
산오구굿은 삶과 죽음의 중간에 있는 노인들이 삶 속에서 죽음을 경험해보는 의례이다. 가마를 타고 저승길을 가보는 것은 바로 바리데기가 산 사람으로서 저승을 다녀온 것과 같다. 산 사람은 저승에 갈 수 없지만 굿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그리하여 아직 살아있는 존재이지만 조상이 있는 죽음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편입되게 만드는 의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