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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신앙
개념
사람이나 생물 · 물건 등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가리키는 종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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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사람이나 생물 · 물건 등을 해치는 독하고 모진 기운을 가리키는 종교용어.
내용

한국의 무(巫)에서 살은 하위신령인 잡귀잡신(雜鬼雜神)의 일종으로 형성되기 직전의 어떤 흉악한 기운으로 이해된다.

19세기말 난곡(蘭谷)이 펴낸 『무당내력(巫堂來歷)』에 오방신장(五方神將)이 일체의 사귀(私鬼)와 잡신(雜神)과 제반 살격(殺格)을 제거해 준다고 하는 서술이 있는 바, 조선조 말에 이미 살을 하나의 격(格)으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보인다.

살의 유래는 아직 미상이다. 중국의 음운서인 『집운(集韻)』에는 살을 殺(살)이라 하고 殺(살)은 또 煞(살)이라 한다 하였다. 두 살이 원래 상통함을 일러준다. 그러면서 살(煞)은 중국의 민간신앙에서 흉신(凶神)을 가리키는 것으로 전개되었다. 그에 따라 살신(煞神)이니 흉신악살(凶神惡煞) 등의 개념이 형성·통용되어 온다. 한편 살(殺)은 풍수지리에 수용되어 흉악한 방향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살에 관한 중국의 이런 관념들은 풍수지리와 도교가 한국에 도입되면서 적절히 소화·신앙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것은 대개 고려 초의 일로 추정된다. 그러나 흉신으로서의 살의 개념은 한국의 무(巫)에 직접 받아들여지지 않고 다만 흉악한 기운 정도로 완화되어 수용되었던 것이다.

한국에 수용된 살 개념은 조선조를 거치면서 크게 세 영역에서 나름대로 전개되어 오늘에 이른다. 무(巫)에서의 살(煞) 개념, 풍수지리의 살(殺) 개념, 그리고 민간의 일반적인 살(煞) 개념이 그것이다. 무에서 살은 사람·생물·물건 등을 해치는 잡귀잡신적 흉악한 기운으로 여겨진다. 이것은 다시 굿에서의 주당살(周堂煞)과 치성에서의 상문살(喪門煞) 및 살풀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주당살은 굿의 첫머리에 놀아지는 주당물림에서 경계되는 주당의 흉한 기운이다. 주당물림은 굿상을 다 차리고 홍철릭을 문안에 걸어놓고 집안의 문을 다 열어놓고 제가 집안의 식구들이 다 나간 상태에서 장구와 제금만을 쳐서는 동네의 모든 신들이 그 소리를 듣고 굿판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신령들이 그리하여 들어오는 집안의 주요 장소는 우물·대문·행랑·변소·마굿간·마루·굿하는 장소·방 등 여덟 곳인데, 사람이 이때 그런 장소에 있으면 주당살을 맞는다고 한다.

치성에는 살과 관련된 것으로 상문풀이와 살풀이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이 상가(喪家)에 다녀와서 몸이 불편하거나 아플 때, 무에서는 상문살을 맞았다고 본다. 상문살은 사람이 죽은 방위로부터 퍼진다는 흉악한 기운이다. 이러한 상문살을 제거하기 위하여 무당을 불러 상문풀이를 행한다. 옛날에는 장님 독경자(讀經者)인 판수에게 가서 상문풀이를 벌이기도 하였다.

살풀이는 태어날 때부터 또는 대인관계에 살이 끼어 있다고 판명될 때 무당에 의해 베풀어지는 치성이다.

풍수지리에 사용되는 살에는 삼백여 종이 있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무기살(戊己殺)·황천살(黃泉殺)·팔요살(八曜殺)을 들 수 있다. 무기살은 나경(羅經)의 제5층인 천산 72룡과 제7층인 투지육십룡(透志六十龍)으로 길흉을 보는 것이다. 무기살을 보기 위해서는 우선 나경을 과협(過峽)에서 정북(正北)의 방위에 맞추어 놓는다.

과협은 혈(穴)이 맺은 입수(入首)의 바로 뒤에 보이는 움푹 파인 장소를 말하는데, 이곳을 결인처(結咽處) 또는 속기맥(束氣脈)이라 한다. 과협에서 나경으로 산 위를 보면 용(龍)이 어느 방향으로 왔는지 알 수 있다. 용이 무자순(戊子旬)으로 들어오면 무기살이라 대흉(大凶)하여 그곳을 묘로 쓸 수 없다.

황천살은 좌산(坐山)으로 물의 거취를 본다. 산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물이 오거나 그 방향으로 물이 흘러가면 불길한 것이다. 팔요살은 사로황천살(四路黃泉殺)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좌향으로 물이 흐르는 방향을 보아 길흉을 잡는다. 이를 위해 나경의 제2층을 보아야 한다. 예컨대 정경(丁經) 방향에서 물이 곤방(坤方) 즉 남서쪽으로 흐르면 불길하다는 뜻으로 여타도 마찬가지이다.

이상과 같은 살에 해당되면 대흉하다. 이것을 범하면 백일(百日) 이내에 큰 흉액이 닥쳐 집안의 똑똑한 자로부터 차례로 꺾인다고 한다.

무와 풍수지리의 살 개념이 민간에 유포되면서 살은 또한 민간신앙적인 개념으로 통용되어 온다. ‘살이 가다’, ‘살이 끼다’, ‘살 맞다’ 등이 흔히 그런 표현으로 쓰인다. ‘살이 가다’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건드렸다가 공교롭게 상하거나 깨지는 경우로서 악귀의 침범이 있다는 뜻이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면 ‘살이 끼었다’고 믿는다. 그것을 ‘살이 서다’로 표현하기도 한다.

초상집·제삿집·혼인집 등에 갔다가 갑자기 탈이 난 경우에는 악귀의 침범을 받았다는 뜻으로 ‘살 맞았다’고 말한다.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치는 독살 궂은 기운이나 악귀의 짓이 들러붙었다고 믿으면 ‘살(이) 올랐다’고 한다. 한편 ‘살 오르다’는 일가친척 사이에 띠앗머리(형제 자매 사이에 우애하는 情誼)를 사납게 하는 악귀가 들러붙었다고 믿을 경우에 쓰인다.

일가친척 사이에 띠앗이 사납다는 뜻으로 또한 ‘살이 세다’라고 표현되는데, 황석영(黃晳映)의 <장길산 張吉山>에 그같은 표현이 나온다, “……그 배에 오는 망재는 세상 있을 적에 부모에 불효하고 동기간에 우애 없고 일가에 살이 세고 동네사람에게 불순하고……”가 그것이다. 갑자기 닥치는 재액을 두고 ‘급살이 났다’, ‘급살(을) 맞았다’는 표현도 드물지 않다.

살 개념은 오늘날 풍수지리나 무(巫)의 굿 및 치성에서 아직 통용된다. 그러나 민간의 살 개념은 이제 별로 사용되지 않는다. 한국사회가 서양화·산업화되고 서양식 합리주의가 교육·보편화되면서 그런 개념은 비합리적인 것으로 점차 치부(마음속으로 어떠하다고 여김)되어 버린 것이다.

참고문헌

『한국의 무(巫)』(조흥윤, 정음사, 1983)
『한국의 풍수사상』(최창조, 민음사, 1984)
『서울새남굿 신가집』(서울새남굿보존회 편, 문덕사, 1996)
『한국의 샤머니즘』(조흥윤, 서울대학교출판부, 1999)
집필자
김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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