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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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념
하나의 대상에만 마음을 집중시켜 일심불란한 경지를 가리키는 불교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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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하나의 대상에만 마음을 집중시켜 일심불란한 경지를 가리키는 불교교리.
내용

순수한 집중을 통하여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로 불교 수행의 이상적인 경지는 곧 삼매의 상태이다. 대부분의 불교 경전에서는 삼매의 증득(證得)을 설파하고, 그와 같은 삼매를 이루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널리 유통되는 경전을 살펴보면, ≪능엄경 楞嚴經≫은 수능엄삼매(首楞嚴三昧)를, ≪화엄경≫은 화엄삼매와 해인삼매(海印三昧)·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를, ≪반야경≫은 108가지 삼매를, ≪법화경≫은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와 법화삼매(法華三昧)를, ≪금강경≫은 무쟁삼매(無諍三昧)를, ≪열반경≫은 25삼매를 각각 주장하고 있으며, ≪대승기신론 大乘起信論≫은 일행삼매(一行三昧)와 진여삼매(眞如三昧)에 대하여 밝히고 있다.

또, 종파별로 분류하는 여러 삼매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 널리 유통된 것으로는 천태종(天台宗)의 4종삼매가 있다. 이 삼매는 마음을 대상으로 삼아 집중을 시킴으로써 지혜를 얻는 실천방법으로서, 육체의 행동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누어 삼매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즉, 상좌(常坐)·상행(常行)·반행반좌(半行半坐)·비행비좌(非行非坐)의 네 가지 행동 가운데 항상 삼매를 닦는 것이다.

첫째의 상좌삼매는 90일 동안 앉은 채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직 하나의 부처님 이름만을 부르면서 실상(實相)을 관할 뿐 다른 일은 일체 하지 않는다. 이렇게 항상 앉아서 일행(一行)만을 닦기 때문에 일행삼매라고도 한다.

둘째의 상행삼매는 90일 동안 도량(道場) 안의 불상 주위를 돌면서 아미타불의 이름을 생각하고 부르는 것이다. 이 삼매를 닦으면 시방(十方)의 여러 부처님이 수도자의 앞에 와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불립삼매(佛立三昧)라고도 한다.

셋째의 반행반좌삼매는 ≪방등경 方等經≫에 따르는 방등삼매와 ≪법화경≫에 따르는 법화삼매의 두 가지이다. 방등삼매는 7일, 법화삼매는 21일을 기한으로 하여 불상의 주위를 도는 한편 좌선도 겸하여 행하며, 그 사이에 예불(禮佛)·참회(懺悔)·송경(誦經) 등도 행한다. 넷째의 비행비좌삼매는 신체적인 행동 가운데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디에도 구애됨이 없이 선악과 무기(無記)를 관찰하는 것이다.

또한, 선정(禪定)의 깊고 옅음을 구별하여 나눈 5륜삼매(五輪三昧) 분류법도 있다. 이는 초선정(初禪定)을 이루는 것을 지륜삼매(地輪三昧), 2선정을 이루는 것을 수륜삼매(水輪三昧), 3선정을 이루는 것을 풍륜삼매(風輪三昧), 4선정을 이루는 것을 금사륜삼매(金沙輪三昧), 모든 번뇌를 끊고 무학과(無學果)를 이루는 금강륜삼매(金剛輪三昧)로 분류된다.

이 밖에도 우리 나라 불교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삼매로는 여환삼매(如幻三昧)·관불삼매(觀佛三昧)·보현삼매(普賢三昧)·염불삼매(念佛三昧) 등이 있다.

그러나 삼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삼매를 정확하게 분류하여 설명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정의하고 분류한 대표적인 고승은 신라의 원효(元曉)이다. 원효는 ≪금강삼매경론 金剛三昧經論≫을 저술하면서 삼매의 의미를 가장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원효에 의하면, 삼매는 곧 정사(正思)로서, 정(定)에 들었을 때 관계되는 경계인 소연경(所緣境)을 깊이 살피고 바르게 생각하고 통찰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 삼매에는 혼침(惛沈)과 심사(尋伺)가 있어서는 안 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원효는 바르게 생각하여 통찰하는 사찰(思察)에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하였다. 만약, 거짓되고 바르게 보는 것을 모두 통틀어 분별하는 것을 사찰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곧 심사가 되므로 분별일 뿐 삼매는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나 만약 자세히 올바르고 명료하게 대상을 깨닫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선정의 작용이므로 심사가 아닌 사찰이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선정(禪定)은 분별과 무분별(無分別)에 두루 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바르게 살펴 심사를 가려냄으로써 삼매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원효는 강조하였다. 그리고 원효는 마음이 어두워서 자세히 살필 수 없는 상태가 곧 혼침이므로, 마음이 하나의 경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침울하지도 들뜨지도 않은 채 바르고 자세히 생각하여야만 올바른 삼매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진정한 삼매는 바르다든가 바르지 못하다든가 하는 상대적인 관념이 없는 것이고, 생각이나 생각 아닌 것까지 넘어선 것임을 상기시키면서, 그릇된 분별과 사된 생각, 혼침에 빠진 상태 등과 구별하기 위하여 부득이 삼매를 정사라고 불렀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삼매의 의미에 대해 원효는 여덟 가지 이름을 하나씩 풀이하면서 설명하였다. 첫째는 삼마혜다(三摩呬多)로서 등인(等引)으로 번역된다. 혼침과 번뇌로부터 멀리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등(等)이라 하고, 신통(神通) 등의 여러 가지 공덕을 인발(引發)시키기 때문에 인(引)이라 하며, 또한 후회없는 환희나 안락을 끌어내는 바이기 때문에 등인이라 한다고 하였다.

둘째는 삼마지(三摩地)로서 등지(等持)로 번역된다. 능히 마음을 잘 제어하고 호지(護持)함으로써 밖으로 치닫거나 흩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등지라고 하며, 선정과 지혜가 평등하여 서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때문에 등지라고 한다고 하였다. 셋째는 삼마발제(三摩鉢提)로서 등지(等至)라고 불린다. 이를 통하여 능히 수승한 지위에 이르게 되는 까닭에 등지라고 하였다.

넷째는 타연나(䭾演那)로서 정려(靜慮)로 번역된다. 고요하게 깊이 생각하기 때문에 능히 흐트러진 생각을 진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려라고 하였다. 다섯째는 사마타(奢摩他)로서 지(止)로 번역된다. 마음으로 하여금 경계에 대한 생각을 멈추게 하므로 지라고 이름한다고 하였다. 여섯째는 심일경성(心一境性)이다. 마음으로 하여금 대상의 본성에 전일(專一)하도록 하기 때문에 심일경성이라고 하며, 일심은 곧 심일경성의 줄인 말임을 밝혔다.

일곱째는 정(定)으로서 안정을 찾을 때 마땅히 갖추어야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덟째는 정사(正思)로서 바른 생각으로 통찰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원효는 이어서 이들 여덟 가지 이름에는 넓은 의미와 제한된 의미가 있다고 하였다.

첫째, 정(定)과 등지의 두 가지 이름이 가장 넓은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번뇌가 있는 유루(有漏)와 번뇌가 없는 무루(無漏)에 두루 통하며, 또한 삼계(三界)와 욕계(欲界)의 산란한 마음에도 통한다고 하였다. 둘째, 심일경성과 정사는 정과 등지 다음으로 넓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욕계에는 통하지만 산란한 마음에는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사와 심일경성이 욕계의 방편심(方便心)에만 통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셋째, 삼마혜다와 정려는 의미가 좁아서 욕계에는 전혀 통하지 않고, 다만 가볍고 평안한 마음이 포함한 경지만을 취하여서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넷째, 삼마발제와 사마타는 가장 협소한 의미가 있다. 즉, 네 가지 혜행(慧行)인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심일경성(心一境性) 가운데 사마타는 심일경성에 통하지 않고, 삼마발제는 공·무상·무원의 세 가지에 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원효의 이와 같은 삼매관은 선종에서 천명한 선(禪)의 원리까지를 깊이 포용한 것으로서, 고려 중기의 고승 지눌(知訥)이 정혜쌍수(定慧雙修)의 사상을 제창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다. 그리고 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休靜)은 삼매의 힘에 의해 능히 성현의 지위에 들어갈 수 있고, 세상의 모든 일을 밝게 알 수 있음을 ≪선가귀감 禪家龜鑑≫을 통하여 천명하였다.

이와 같이, 삼매는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인 해탈(解脫)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 될 뿐만 아니라, 중생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죄업(罪業)을 녹이는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즉, 지은 바 죄업과 지은 이 몸의 실체가 없음을 여환삼매로 관하고, 법계(法界)의 참된 이치를 진여삼매로 관하여 진정한 참회를 완성시키기도 한다.

원효의 ≪대승육정참회 大乘六情懺悔≫에는 이것을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삼매를 이룬다는 것을 쉽게 풀이하면 주관과 객관, 그리고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마음이 올바른 관찰과 마음가짐을 통하여 일체가 되고, 마침내 그 세 가지에 대한 생각까지 잊어버린 경지에 들어간 것을 뜻한다.

참고문헌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원효)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원효)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원효)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지눌)
『선가귀감(禪家龜鑑)』(휴정)
집필자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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