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 190면. 작자의 제4시집으로, 1975년 일지사(一志社)에서 간행하였다. 전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연작시 「새벽」과 「어머니」 등 모두 55편이 수록된 이 시집에는 제2시집 『여백(餘白)을 위한 서정(抒情)』(신구문화사, 1959) 이후 누락되었던 많은 작품들이 보유(補遺)되었다.
제3시집 『아가의 방(房)』에서 「아가」와 「아가의 방」, 그리고 「나비」와 「나비의 여행(旅行)」이라는 상징적인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시의식과 인생관의 정립을 이룬 정한모의 시세계는 『새벽』에 이르러 연작시를 집중적으로 발표하여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세계와 인생, 그리고 시를 보는 눈이 그만큼 확실해지고 넓어지고 또한 깊어지게 된 것이다.
시집 『새벽』의 세계는 크게 보아 「새벽」이라는 미래지향의 역사의식을 다룬 시와, 「어머니」라는 대지적 사랑, 또는 근원적 고향을 천착한 시로 대별할 수 있다. 「새벽 1」은 어둠 속에서 새로운 빛과 생명을 예감하는 미래지향의 시의식을 보여준다. “새벽을 예감하는 눈”은 험난한 과거와 어두운 현실 속에서 밝고 힘찬 미래를 내다보는 정신의 힘, 즉 역사의식을 의미한다.
「새벽 7」에는 밤이 표상하는 현실의 어둠에 대한 대결 정신이 드러난다. “암흑의 공포/그 두꺼운 벽을 향해/건곤일척(乾坤一擲)/일격(一擊)을 가(加)하는/철권(鐵拳) 같은/울음소리”라는 구절 속에는 온갖 불의와 비순수, 그리고 악덕에 저항하는 휴머니즘의 대결 정신이 들어 있다. 이처럼 현실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한 강한 비판의식과 대결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미래에 대한 새로운 신념과 희망을 표출한다는 점에서 정한모의 역사의식이 확실한 방향성을 획득하게 된다.
연작시 「새벽」이 미래지향의 역사의식을 지향한 데 비해, 「어머니」는 현실을 있게 하고 튼튼히 지탱시켜주는 과거지향적인 사랑을 추구하고 있다. 「어머니 1」에서 어머니는 온 가족의 “생명의 샘꼭지”이며, 동시에 “우리집 기둥”을 떠받치는 힘으로서 존재한다. 부부와 자식만 있고 점차 ‘어머니’를 잃어가는 핵가족 중심의 불안한 현대적 가족 구조 속에서 잊혀져가는 존재로서 어머니의 의미와, 그 위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으로써 올바른 인생이 가족 질서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하는 데서 성취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새벽』은 정한모의 미래지향의 역사의식과 균형 잡힌 휴머니즘이 집약된 시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