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噬)’는 ‘씹는다’는 뜻이고, '합(嗑)'은 ‘합(合)’과 같은 뜻을 갖는 글자이다. 그러므로 ‘서합(噬嗑)’은 ‘입안에 들어 있는 음식을 씹어서 위와 아래가 합치게 한다’는 의미가 된다.
괘상을 보면 상구(上九)와 초구(初九)는 위아래 턱의 형상이고, 육이(六二) 육삼(六三) 육오(六五)는 입안이며 구사(九四)는 그 가운데에 들어 있는 음식물이다. 입안에 음식이 있으면 위아래에 간격이 생긴다.
이것은 부자(父子) 부부(夫婦) 군신(君臣)등 친밀해야 할 인간 관계가 사악한 자의 이간질에 의해 틈이 벌어져 갈등을 겪는 것을 상징한다. 입안의 음식을 씹어야 위아래의 턱이 합쳐질 수 있듯이 사악한 자를 제거해야 화합할 수 있다.
서합괘의 괘사는 그 방법으로 “서합은 형통하니 옥사(獄事)를 쓰는 것이 이롭다.”고 하여 ‘옥사(獄事)’를 제시한다. ‘옥사’는 시비곡직을 판결해 잘못한 자에게 형벌을 시행하는 것이다.
시비를 판결하는 데에는 명석한 지혜가 요구 되며 형벌을 집행하는 데에는 위엄이 있어야 한다. 외괘인 이괘(離卦)는 명석함을 상징하고 내괘인 진괘(震卦)는 위엄을 상징한다.
육효 가운데에서 초구와 상구는 형벌을 받는 자이고 가운데 4개의 효는 형벌을 집행하는 자이다. 송사는 소송을 하여 판결을 구하는 경우임으로 강직한 성품이 요구되기 때문에 재판관을 상징하는 송괘(訟卦)의 오효(五爻)는 양효이다.
하지만 형벌을 집행하는 데에는 형벌을 받는 사람의 고통을 헤아리고 그와 함께하는 따뜻한 심성을 지닌 자가 아니면 안 된다. 이것이 서합괘 오효(五爻)가 유순한 덕을 상징하는 음효로 된 이유이다.
또한 효사에서 “말린 고기를 씹어서 황금을 얻으니 올바르고 위태롭게 여겨야 허물이 없을 것이다.”고 하여 신중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옥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형을 집행하는 목적은 민중을 위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