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년 작.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80㎝, 가로 164㎝. 치성광3존(熾盛光三尊)·7여래(七如來)와 7원성군(七元星君)·28수(二十八宿)·3태6성(三台六星) 등을 도회한 것이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화폭을 상하 2단으로 나누었다. 상단에는 중앙의 치성광여래를 중심으로 좌우에 협시인 일광보살(日光菩薩)을 비롯한 7여래를, 위쪽에는 28수 및 3태6성을 배치하였다. 그리고 하단에는 도인(道人) 모습의 7원성군을 배치하였다. 즉, 2단 구도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다른 인물보다 조금 크게 설정된 치성광여래는 연화좌(蓮花座) 위에 앉아 있다. 어깨는 넓고 건장하며 머리 위의 육계(肉髻)가 뾰족하게 표현되어 있다. 바로 이 육계 끝에 있는 계주(髻珠)에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올라 화면의 양 끝을 향하여 수평 곡선으로 벌어져 있다. 그 선상에 좌우 3명씩의 3태6성이 있다. 그리고 다시 이들 밑에는 작은 원내에 좌우 14명씩의 28수가 그려져 있다.
일광보살과 월광보살 및 7여래는 구름 속에서 상반신만 드러내 놓고 있다. 본존인 치성광여래의 건장한 모습에 비하여 다소 빈약한 느낌을 준다. 하단에 일렬로 늘어선 7원성군 역시 신체의 비례가 맞지 않아 작아 보인다.
구도는 대체로 안정된 편이다. 그러나 인물들을 묘사한 도식적인 선과 색감에서 양식적인 퇴화를 엿볼 수 있다. 즉, 송판처럼 얇고 딱딱한 느낌의 구름, 본존의 어깨에 종이를 접어 걸친 것 같은 옷주름을 비롯한 각 인물들의 옷주름 처리와 문양이 매우 도식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색채도 황색조와 붉은색·녹색·갈색의 색 배합이 자연스럽지 못하여 시각적으로 산만한 색 조화를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상단에 있는 구름의 배경색과 치성광 및 7여래의 육계를 감색으로 처리하였는데, 이 감색이 황색조의 구름과 녹색의 두광과의 연결에서 부드럽지 못하여 정연한 색 조화를 깨고 있다.
이러한 색 조화나 감색을 많이 사용하는 수법은 19세기 불화의 양식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선암사칠성도는 19세기 말의 도식화된 불화 양식을 보여주 면서도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구도를 보여 주는 작품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