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율시. 개성의 선죽교를 지나면서, 정몽주(鄭夢周)의 충절을 회상하고 지은 시이다. 『추재집(秋齋集)』에 실려 있다.
1·2구에서는 교각 아래에서 물결도 울부짖는 바로 그 선죽교에서 정몽주가 살신성인하였다고 하였다.
3·4구에서는 하늘과 땅을 뒤덮을 만한 단심 때문에 몇백년 풍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혈흔이 뚜렷하다는 내용이다. 5·6구에서는 정몽주의 충절이 역사상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음을 말하였다. 7·8구에서는 황폐한 비석에 습기가 차서 물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묘사하였다.
위국충절을 위하다가 목숨을 초개처럼 빼앗긴 역사의 현장에서의 작자의 비장한 미의식이 잘 드러나 있는 시이다. 선죽교 아래 흐르는 물살소리와 같은 범상한 자연현상조차도 이러한 정서적 분위기 때문에 정몽주의 한을 대변하는 상징성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
더구나 선죽교 난간의 혈흔, 눈물을 흘리는 비석은 이 시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며, 작자가 나타내고자 하는 바의 주제의식을 배가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이 시에서는 역사를 바라보는 시인의 예리한 감각을 통하여, 정몽주의 고려왕조에 대한 높은 절개를 효과적으로 기리고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