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擔, 섬’(농정촬요), ‘空石’(산림경제), ‘俵, 셤’(月餘農歌), ‘蒿篅, 호천’(농사직설) 등으로 표기되었다. 가마니가 나오기 전에는 이것을 사용하였다.
모양은 가마니처럼 생겼으나 짚을 거칠게 쳐서 양끝을 안으로 우겨 넣고 꿰매었다. 섬의 크기는 날의 수로 따지는데 보통 다섯날섬과 일곱날섬이 많이 쓰이며, 일곱날섬에는 서른 말의 곡식을 담을 수 있다.
섬은 섬틀로 짠다. 한 사람이 하루에 일곱 장의 섬을 친다. 섬은 가마니보다 짚이 많이 들어서 이것을 한 장 짜는 짚으로 가마니 석장 정도를 칠 수 있다. 한 장의 무게는 10㎏ 내외이다.
곡물 외에 숯을 담는 섬을 ‘숯섬’이라고 따로 부른다. 이것은 싸릿가지와 수수깡을 섞어서 짜며 사과궤짝과 비슷하나 너비가 좁다. 숯을 담은 뒤에는 짚을 우겨 넣어 뚜껑으로 삼는다.
섬이라는 말은 현재의 가마니처럼, 용량을 헤아리는 단위로도 사용되었다. 곧 한 말(재래식의 큰 말)의 열 갑절을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곡식이나 술과 같은 액체를 다룰 때 썼으며 두 가마가 한 섬이 된다.
섬 자체는 매우 약하기 때문에 곡물 따위가 든 것을 운반할 때에는 새끼줄을 가로 세로로 적당히 얽어 매어야 한다. 섬보다 조금 작은 것을 ‘오쟁이’ 또는 ‘오장치’라고 한다.
남부지방에서는 그 해의 운수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가족의 액땜을 위하여 섬이나 오쟁이에 밥·돈·모래 따위를 넣어 정월 열나흗날, 남모르게 도랑이나 개천에 놓아둔다. 이렇게 하면 지나는 사람이 발을 적시지 않고 물을 건널 수 있으므로 적선한 결과가 되어 액운을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다리 공 들인다.’라고 한다. 섬이나 오쟁이 속의 돈은 어린이들이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