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에게서 유선(類選)을 위촉받은 안정복은 우선 『성호사설』에서의 ‘문(門)’을 ‘편(篇)’으로 바꾸고 ‘편’ 아래 다시 ‘문’을 두었으며, 각 ‘문’에는 다시 ‘칙(則)’이라는 세목을 두어 엮었다. 또한 자신의 설을 소주(小註)로 달아 이해를 돕게 하였다.
이 책의 구체적인 세부체재는 제1책 천지편에 천문문(天文門) · 지리문(地理門) · 귀신문(鬼神門)을 두고 그 밑에 석천(釋天) · 지남침(指南針) · 산용해중(山湧海中) · 유석이적(儒釋異迹) 등 113칙을 수록하였다.
제2∼5책의 인사편은 인사(人事) · 논학(論學) · 예제(禮制) · 친속(親屬) · 군신(君臣) · 치도(治道) · 복식(服食) · 기용(器用) · 기예(技藝)의 문을 두고 신입우신(神入于腎) · 성선(性善) · 모족위혼(母族爲婚) · 필유주육(必有酒肉) · 구오구이(九五九二) · 대기회(大機會) · 침어청판(寢於廳板) · 지척(指尺) · 산학(算學) 등 579칙을 싣고 있다.
제6∼9책의 경사편은 경서(經書) · 논사(論史) · 성현(聖賢) · 이단(異端)의 문을 두고 고경극련(古經極鍊) · 작사지난(作史之難) · 일본충의(日本忠義) · 삼성사(三聖祠) · 휴정(休靜) · 여악(女樂) · 고려비기(高麗秘記) 등 494칙을 수록하였다.
제10책 상의 만물편은 금수문(禽獸門) · 초목문(草木門)에 생물지수(生物之數) · 초목지각(草木知覺) · 남초유해(南草有害) 등 30칙, 제10책 하의 시문편에 논문문 · 논시문을 두고 고금문장(古今文章) · 장량영웅(張良英雄) 등 116칙을 각각 실었다.
이상 10책 속에 20문 1,332칙은 당시 실학을 추구하던 이익의 실학사상을 알 수 있는 자료이다. 뿐만 아니라 고대에서 청대(淸代)까지의 중국과 고대에서 조선 후기까지의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지리 · 풍속 · 역사 · 언어 · 학술 · 사상, 그리고 당시에 흘러 들어오기 시작한 서학에 대한 비판과 견해, 심지어는 여염(閭閻) · 시정(市井)의 풍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망라해 기록되고 있다. 따라서 하나의 백과사전적 전서로서 가치와 동시에 당시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이 책이 『성호사설』이 가지는 방대함에 비견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책에 대해 편자의 의도를 가미했다고 볼 수 있는 요약된 체계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또 다른 일면을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