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에는 다신(多神) 개념이 존재하기 때문에 온갖 신들을 섬기기 마련으로, 세조대왕신이 동제(洞祭)의 당신(堂神)으로 섬겨지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 마포 신수동의 복개당(福介堂)으로, 당 안의 정면에 세조대왕의 존영을 봉안하고 있어 세조대왕신을 주신(主神)으로 신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개당이 세조대왕신을 섬기게 된 유래는, 마을에 손복개라는 사람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서 너희 집 느티나무에 세조대왕의 어진(御眞)이 걸려 있으니 이 영정을 받들어 모시라고 했다. 그는 마을사람들과 의논하여 영정을 모시는 당을 세워 당제를 지냈고 이후 마을이 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당명은 손복개의 이름을 따서 복개당이라 했다. 이 당은 1980년 도로확장공사로 철거되면서 영정과 건물을 에밀레박물관으로 이전한 상태이다.
한편 이처럼 세조대왕신을 모시는 사례는 영남지역에도 있어, 이런 당을 세조영당이라 한다. 왕신 계통의 신들이 무속신으로 섬겨지는 사례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왕들 가운데 원한을 사서 신으로 모셔지는 경우와 억울하게 한을 품고 죽게 되어 신으로 모셔지는 경우로, 앞의 사례로는 세조대왕신을 들 수 있고 뒤의 사례로는 단종대왕신(端宗大王神)을 들 수 있다.
세조대왕신은 곧 역사상 많은 사람을 살육하고 왕이 되었기 때문에 무속에서 신으로 섬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왕신으로는 공민왕(恭愍王)·태조대왕(太祖大王) 등이 있다.
그리고 당신으로 모셔지는 왕신의 신체(神體)는 흔히 영정을 그려서 당에 보관하는 형태이기에, 신간(神竿) 등을 모시는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