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현(李齊賢)이 「소악부」를 지은 뒤에 작자에게 보내어 화답하라고 하여 이제현의 것을 본받아 지었다고 한다. 칠언절구 6수가 『급암시집(及菴詩集)』 권3에 수록되어 있다.
시의 서(序)에, 이제현이 근래에 지은 「소악부」 몇 장을 작자에게 보여주었다. 작자는 후배를 이끌어 주는 이제현의 심절한 뜻에 무척 감사하면서도, 자기의 졸삽한 능력으로 지금껏 화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현이 또다시 「소악부」 2장을 추가해서 보내왔으므로 송구스러운 나머지 삼가 약간의 시를 지어서 이제현의 좌우에 바친다고 하였다.
6수 가운데에서 확실한 근거를 찾을 수 있는 것은 네 번째 시와 다섯 번째 시이다. 네 번째 시는 악지에 있는 「삼장(三藏)」으로 해설도 있고, 또 원가인 「쌍화점」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어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섯 번째 시는 악지의 해설과 비교해 볼 때 「안동자청(安東紫靑)」임에 틀림없다.
확실하지는 않으나 추정이 가능한 것은 첫 번째 시와 여섯 번째 시이다. 첫 번째 시는 시구에 용안이라는 말이 나오고, 이 작품을 첫머리에 위치시켰다는 점과 그 내용으로 볼 때, 이 시는 충혜왕이 음란한 노래를 좋아하여 스스로 지었다는 「후전진작(後殿眞勺)」으로 추정된다.
여섯 번째 시는 악지에 나오는 「월정화(月精花)」로 추정된다. 악지의 해설에 의하면, 진주 사록(司錄) 위제만(魏齊萬)이 기생 월정화에게 반해서 그 부인을 병들어 죽게 하였는데, 읍인들이 그것을 슬퍼하여 부인의 생존시의 고통과 그 남편의 광혹을 노래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추정조차 불가능한 것은 두 번째 시와 세 번째 시이다. 두 번째 시는 떠도는 물 위의 거품들을 굵고 성긴 베주머니에 주워 담아 어깨에 메고 온다는 것으로, 인간세사의 환멸과 허무에 비유한 것이다. 세 번째 시는 검은 구름다리 끊어지고, 은하수 기울어진 이 캄캄한 깊은 밤에 진흙이 끝없는 거리를 어디라고 가느냐라는 내용으로, 말세 어지러운 환도에 굳이 출세를 위하여 나서려는 남편의 모험을 만류하는 현처의 간곡한 소회인 듯도 하다.
소악부는 한시이면서도 우리말 노래, 특히 민요의 진솔한 사연을 담으려고 하였기에 주목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악부가 이미 상실된 원가의 면모를 불완전하게나마 알려주었고, 유학자들에 의하여 왜곡되었던 내용을 일부분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높이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