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損)은 ‘덜어내다’는 뜻으로서, 손괘는 「단전(彖傳)」에서 ‘아래를 덜어내서 위를 더해준다’고 설명했듯이 익괘(益卦)와 서로 맞물려 있는 괘이다.
괘상은 산아래 연못이 있는 형상인데, 이것은 아래에 있는 연못 바닥을 파서 그 흙을 산위에 보태어 높여 주는 것을 표상한다. 이와 같은 손괘의 상은 사회적으로 말한다면 하층부를 이루는 민중들을 수탈해서 상층부를 이루는 지배층을 살찌우는 것을 상징하므로 결과적으로 국가 전체의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대상전(大象傳)」에서 “산아래에 연못이 있는 것이 손괘이니 군자는 손괘의 상을 본받아 써서 분노를 그치게 하고 사사로운 욕망을 막는다.”고 했듯이 그릇된 감정과 지나친 욕구를 덜어내야 한다는 수양론적인 뜻을 갖고 있다.
괘사에서 “손은 믿음이 있으면 크게 길하고 허물이 없어 올바를 수가 있으며 일을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겠는가? 두 개의 대나무 제기(祭器)를 써서 제사를 드릴 수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대나무 제기’는 소박한 제기인데, 이것으로 제사를 드린다는 것은 제례에서 가식적인 형식을 덜어내고 질박한 진실한 마음의 회복을 상징한다.
또한 상수학적인 측면에서 말한다면 강한 양을 덜어내어 음에게 보태어 음양이 서로 조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초구(初九)가 음효에게 둘러싸인 64(六四)에게 가서 질병을 치료해 주어야 한다는 초효(初爻)와 사효(四爻)의 효사와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이 가면 그 벗을 얻는다.”는 삼효(三爻)의 효사는 이점을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