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학적으로 임질균(淋疾菌)과 유사한 수막염구균(髓膜炎球菌)에 의한 병으로서 발열·심한 두통·구토·수막자극 증상을 나타내며, 유행성뇌척수막염(流行性腦脊髓膜炎, Epidemic cerebrospinal meningitis)이라고도 한다.
제2급 법정감염병이다. 잠복기는 2∼10일이고 보통은 3∼4일 정도로서, 대부분의 증세는 염증과 뇌압의 증가로 생긴다. 뇌압이 올라가면 심한 두통·구토·경련이 생기고 동공은 커지나 불규칙하여진다. 호흡과 맥박은 느려지며 어린이에게서는 숫구멍이 부풀어 올라온다.
염증이 생기면 경부강직과 두부의 후방견칙이 생기고 키니그 및 브르진스키 증세가 나타난다. 그리고 발열과 지각과민·흥분성·불안·구순(口脣)·헬퍼스 증 들이 나타난다. 많지는 않지만 발진이 생기는데 다른 수막염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감별 진단에 도움이 된다.
병이 진행되면 의식이 흐려지고 혼수상태에 빠지며 차이네스경련 및 비오트 호흡을 하게 된다. 병균이 뇌신경까지 침범하게 되면 사시·장님·귀머거리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 병은 서양에서도 1805년 이후 독립적인 전염병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11년에 일본인 다카시로(高城)가 『조선의학회지(朝鮮醫學會誌)』에 「유행성뇌척수막염 환자치유 일례」를 보고하고 1924년에 법정전염병으로 지정됨으로써 주목을 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1935년 사이에 많은 환자가 발생하여 유행하였으나 점차 줄어들다가 1944∼1945년 사이에 전국적인 대유행이 있었다. 그러나 1950년대 이후 페니실린을 비롯하여 각종 항생제가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줄어들기 시작하여 이제는 산발적으로만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미키(三木榮)의 『조선의학사 및 질병사』에 따르면 1472년(성종 3)~1473년(성종 4)에 발생된 악병(惡病)은 유행성뇌척수막염에 해당된다고 추정한 바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
구체적으로 『성종실록(成宗實錄)』 2년 11월조에 보면 황해도 모든 읍에 악질이 유행해서 의원을 보내어 약으로 치료하게 하고, 중을 뽑아 수륙재(水陸齋)를 지내고 황해도관찰사로 하여금 단군 천왕당(天王堂)에 나가 악병의 근원을 조사하여 올리도록 조처한 바 있다.
이듬해 성종 3년 2월에는 악질이 또다시 돌자 구월산(九月山)의 단군을 모신 삼성당(三聖堂)에 나아가 제사를 드리도록 하고 황주극성(黃州棘城)에 여제단(厲祭壇)을 신설하여 치병(治病)하도록 한 것은 당시의 역질에 관련된 원혼발생설(寃魂發生說) 내지 악귀설(惡鬼說)을 뒷받침하는 처사라고 하겠다.
1924∼1941년에 발생된 우리나라 환자의 월별 발생 추세를 보면 9월에 많이 발생하고 3, 4월에 또다시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병은 일본과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일본뇌염이 많이 발생하였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건대 수막염을 일본뇌염과 혼동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연령별 발생 경향을 보면 15세 이하가 전체의 약 70%를 차지하며 이 중에서도 5세 이하의 어린이가 40% 이상을 차지해서 이 병 역시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하는 소아전염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병의 전파는 환자나 보균자와의 접촉으로 전염되므로 집단 감염의 기록이 많았으며, 1940년대까지 이 병에 걸리면 약 반수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러나 광복 이후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각종 항생제가 보편화됨에 따라 환자의 발생도 줄어들었고 증상도 급격하게 경증화(輕症化)되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보다 나은 양질의 의료봉사에 의한 조기 진단, 조기 치료와 아울러 위생수준의 향상에 힘입은 바 컸다고 본다.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이 병 또한 그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어 환자 발생을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