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악(鄕樂) 곡명의 하나. <정읍 井邑> 또는 <빗가락정읍 橫指井邑>이라고도 한다. 빗가락정읍이란 곡명은 세가락정읍[三指井邑]인 <동동 動動>과 구별하기 위한 이름으로 추측된다.
빗가락이란 ≪악학궤범≫ 향부악기도설(鄕部樂器圖說) 현금조(玄琴條)에 의하면, 일지(一指)·이지(二指)·삼지(三指) 등과 함께 조명(調名, key)의 하나로 소개되어 있는데, 이칙(夷則, B)과 남려(南呂, C)를 궁(宮)으로 삼는 조를 횡지(橫指)라 하였다. 그러나 일설에는 “관악기를 한 구멍씩 치켜잡고 연주하기 때문에 빗가락정읍이라 한다.”고도 하였다.
<수제천>의 고악보는 ≪대악후보 大樂後譜≫ 권7에 <동동>과 함께 전하고 있다. 그 기보법(記譜法)은 오음약보(五音略譜)와 16정간(井間) 6대강(大綱)의 정간보(井間譜)를 병용하고 있는데, 세로 네 개의 소행(小行)으로 나누어져 제1소행에는 현보(絃譜), 제2소행에는 관보(管譜)로 보이는 선율이 적혔고, 제3소행에는 장구의 고법(鼓法)이 고(鼓)·요(搖)·편(鞭)·쌍(雙 : 갈라지는 합장단) 등의 한자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사설을 적는 제4소행은 사설을 결(缺)한 채 비어 있다.
≪대악후보≫에 전하는 <수제천>의 조성(調性)은 계면조(界面調), 음역은 하오(下五)에서 상삼(上三)에 이르는 한 옥타브와 완전5도이며, 장단은 4행을 단위로 하는 고·고·요·편·쌍과 2행을 단위로 하는 고의 두 가지로 이루어져 오늘날의 <수제천>에서 두 가지 장단이 쓰이는 것과 일치한다.
≪고려사≫ 악지와 ≪악학궤범≫ 권5 시용향악정재도의(時用鄕樂呈才圖儀) 무고조(舞鼓條)에 따르면, <수제천>은 원래 무고정재(舞鼓呈才)의 반주로 쓰였고 춤을 추는 동안 기녀들은 <정읍사 井邑詞>를 노래하였는데, 가사는 ≪악학궤범≫에 전하고 악보가 실린 ≪대악후보≫에는 보이지 않는다.
≪악학궤범≫ 무고조를 보면 <수제천>에 만기(慢機)·중기(中機)·급기(急機)의 구별이 있었고, 음악은 점차적으로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奏井邑中機 樂聲漸促……).
한편으로, 조선 말기의 ≪정재무도홀기 呈才舞圖笏記≫에는 무고정재에 정읍이 연주되지 않고 오히려 아박정재(牙拍呈才)에 <수제천> 만기가 연주되었음을 볼 수 있다. 오늘날에는 처용무(處容舞)의 반주로 <수제천>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수제천>의 형식은 전 4장으로 1·2·3장은 각각 여섯 장단, 4장은 두 장단으로 이루어진다. 1장과 2장의 셋째 장단과 3장의 둘째 장단은 쌍(雙)·요의 짧은 장단이고, 나머지는 모두 쌍·편·고·요의 긴 장단으로 되었다.
그리고 1·2·3장의 마지막 장단은 피리와 타악기가 쉬고 대금·해금·아쟁·당적 등으로만 연주하는 여음(餘音: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정읍>은 특징적인 연음(連音)의 방법을 쓰고 있다.
수제천의 조(調)는 남려를 기음(基音)으로 하고, 남(南, C)·태(太, F)·고(姑, G)·임(林, Bb)의 네 음을 주요 음으로 하는 계면조이며, 1장이 2장에서 반복되고 3장에서는 완전4도 위로 변조(變調)되어 나타나고 있다.
악기 편성은 당적·대금·피리·해금·아쟁·장구·좌고·박 등으로 편성되며 처용무를 반주할 때에는 삼현육각으로 연주하기도 한다.
≪대악후보≫의 <정읍>과 ≪악학궤범≫의 <정읍사 井邑詞>, 그리고 오늘날의 <수제천>을 비교하면 대체로 형식이 서로 일치하는데 전강(前腔)은 오늘날의 1장, 후강(後腔)은 오늘날의 2장에 해당하고, 과편(過篇)은 3장의 1·2 장단, 금선조(金善調)는 3장의 제3·4·5·6 장단, 즉 1장을 4도 높게 변조한 부분과 비교될 수 있다.
따라서 금선조란 금(金)자의 훈(訓)인 ‘쇠’와 선자의 종성(終聲)인 ‘ㄴ’을 취한 ‘쇤가락’, 즉 ‘쇠어서 부는 가락’이라는 뜻으로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