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김소월은 우리의 몸이나 마음보다도 각자의 그림자같이 우리에게 더욱 가깝고 반듯한 각자의 영혼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시혼은 ‘영혼’이라고 하는 근원적인 속성을 본체로 하는 것으로서 완벽한 영원의 존재이며, 불변의 성형(成形)임을 주장하고 있는바, 이것은 김소월 시관(詩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예술로 표현된 영혼은 그 자신의 영혼에서, 사업과 행적으로 표현된 영혼은 그 자신의 사업과 행적에서 그 첫 형체대로 남게 된다. 그리고 시혼은 산이나 강, 달이나 별과도 같지만, 본체는 영원불변하는 영혼이기 때문에, 시혼의 변환(變換)으로 시작(詩作)의 이동(異同)이나 우열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 시대 사회의 정경(情境)에 의하여 작자의 심령상에 나타나는 음영(陰影) 현상의 변화밖에 없다. 요컨대 시혼에서 창조되어 나오는 시작의 우열은 시혼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그 음영을 보는 심미안에서 판별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런 시혼의 불변설에 입각하여 자신의 사장(師匠) 김억이 자신의 시를 논평한 것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즉 ‘시혼’ 그 자체가 같은 사람의 시에서 깊어졌다 얕아졌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또 시작품마다 새로운 시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소월은 여기서 시혼의 본체는 영혼에 있으며, 그것은 영원불변하다는 시관을 내세우고 있다. 그리하여 시작은 시혼의 그림자로서 작품마다 미적 가치가 있을 뿐더러 영원불변의 시혼을 지녔기 때문에, 그 우열을 판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논지를 전개함으로써 자작시에 대한 옹호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소월의 시관을 논술한 것으로 김소월의 시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