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옥의 현손 진영섭(陳瑛燮)이 간행하려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죽자 진영섭의 동생 진달섭(陳達燮)이 완성하였다. 권두에 방용규(房容圭)의 서문, 권말에 황원룡(黃元龍)·진달섭 및 4대 종손 진태연(陳泰淵)의 발문이 있다.
1책. 목활자본. 국립중앙도서관과 연세대학교 도서관에 있다.
시 28수, 만시 3수, 잠(箴) 2편, 설(說) 7편, 해(解) 1편, 서(書) 4편, 제문 1편, 서(序) 1편, 부록으로 행장 2편, 유사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는 애초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부귀도 바랄 바가 아니라고 하며 자연을 벗 삼아 시를 읊으며 살아가는 저자의 처사적 삶을 잘 반영하고 있다. 「유거음(幽居吟)」에서는 자신을 방문한 손님에게 속세의 일을 말하지 말라고 하며, 한가하게 살며 고인의 시나 읊겠다는 자신의 심정을 피력하였다. 「유거(幽居)」의 “산속에 묻혀 사니 산이 곧 집이요, 대나무를 심으니 대나무가 곧 병풍”이라는 구절 속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자연과 하나가 된 경지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견견화점개(見鵑花漸開)」에서는 섬세한 감각과 자연에의 세밀한 관찰을 통해 자연과 철학의 만남을 보여 주고 있다. 진달래가 꽃망울이 맺힐 때부터 빨간 꽃잎을 드러내며 비갠 뒤 웃는 과정까지를 읊고, 이와 관련해 자연의 섭리에까지 추구하는 학자적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학자적인 태도는 「자경(自警)」에서 더욱 확고하게 드러난다. 『대학』의 신독(愼獨)이라는 개념을 시적으로 읊고 자신을 경계하는 내용이다.
「기삼백주해(朞三百註解)」는 아직 지전설에까지 인식이 미치지는 못한 듯하나, 해와 달의 공전 및 자전 주기 등을 따져 수치로 풀이한 천체에 관한 논고이다. 천체는 둥글고 주위는 365.25°로 되어 있다고 하고, 하늘이 땅을 싸고 왼쪽으로 항상 하루에 한 바퀴를 돌되 1°를 지나친다고 하였다. 이처럼 달의 공전 주기와 해의 자전 주기가 일치하지 않아 하루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차로 윤달 등이 생긴다고 하며, 이것을 역법상의 계산으로 자세히 설명하였다. 「일월영휴설(日月盈虧說)」·「월휴향영설(月虧向盈說)」·「월영향휴설(月盈向虧說)」도 해와 달의 관계를 가지고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인물각수품기설(人物各殊稟氣說)」은 사람과 다른 생물의 본성을 논한 글로, 주자의 “사람과 사물이 처음 생길 때에는 이(理)는 같은데 기(氣)가 다르다.”는 설을 지지하며 부연한 내용이다. 기의 청탁·박후·편중 등에 따라 어진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 인간과 동물 등의 구별이 있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