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목판본. 역관 김지남(金指南)이 북경에 가서 배워 연구한 화약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기록하고, 그 방법을 얻기까지의 유래를 자세히 설명한 책이다. 영중추부사(領中樞府事) 남구만(南九萬)의 건의로 1698년(숙종 24)에 간행되었고, 그 뒤 우의정 윤시동(尹蓍東)의 건의로 1796년(정조 20)에 중간되었다.
10조로 나뉘어 설명된 방법은, 각 조마다 국문으로 번역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화약 달이는 방법은 대체로 종전에 있던 방법들과 비슷하나 몇 가지 중요한 새로운 과정을 밝힘으로써 효율을 높이고, 성능을 좋게 하였다.
먼저 흙을 모으고[取土], 재를 받아서[取灰], 같은 부피의 비율로 섞는다[交合]. 섞은 원료를 항아리 안에 펴고 물을 위에 부어 흘러나오는 물을 받아[篩水] 가마에 넣고 달인다[熬水]. 이 물을 식혀서 모초(毛硝)를 얻고 이 모초를 물에 녹여 다시 달여서[再煉] 정제시킨다. 재련 후에도 완전히 정제되지 않았으면 또 한번 달인다[三煉]. 이렇게 얻은 정초[精硝)를 버드나무 재, 유황가루와 섞어서 쌀 씻은 맑은 뜨물로 반죽하여 방아에 넣고 찧는다[合製].
취토·취회·교합·사수·오수·재련·삼련·합제의 여덟 가지 공정단계와 물을 달이고 재를 만들기 위하여 쓰는 풀 매는 작업과 재련 때 쓰는 아교물에 대한 항목들이 이 책의 본문을 이루고 있다. 저자는 책 끝에 붙인 득초법시말(得硝法始末)에서 우리 나라의 자초 기술에 대한 역사를 짧게 서술하고, 본인이 이 새로운 방법을 얻기 위하여 중국을 내왕하면서 죽을 뻔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우리 나라에 극히 드물게 남아 있는 화약제조법에 관한 문헌 중의 하나이다. 14세기 말에 최무선(崔茂宣)이 저술한 ≪화약수련법 火藥修鍊法≫은 전하지 않고 다만 1635년(인조 13)에 간행된 이서(李曙)의 ≪신전자취염초방 新傳煮取焰硝方≫이 전해져, 이것과 더불어 이 책은 우리 나라의 전통적 화약제조기술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高慶信>
이 책에 나타난 국어학적 특징을 들면 다음과 같다.
① 어두 된소리의 표기에 ㅺ·ㅼ·○· ㅳ·ㅄ·ㅶ의 합용병서와 ㄸ·ㅃ의 갑자병서가 사용되고 있다(ᄭᅳᆯ인·ᄯᅡ·ᄲᅮᆫ·ᄠᅢ·ᄡᅳ거나·ᄧᆞᆫ, 띠토록·뿌리며 등). ② 어간말의 ∼s와 t는 모두 ㅅ으로 표기되어 있으나 t 말음을 가진 것은 곡용이나 활용을 할 때 연철(連綴)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주로 분철(分綴)되어 표기된다밧은·ᄠᅳᆺ을·띳옴·밋어 등). ③ 어간말자음군 중 ㄺ과 ㄼ은 분철표기된다(ᄒᆞᆰ이, ᄆᆞᆰ아디나니, 믉으면, ᄇᆞᆲ으며 등).
④ 모음 i·y 앞에서 어두의 ㄴ이 탈락되는 현상이 보인다(이ᄅᆞ디, 至). ⑤ ‘.’는 혼기(混記)되어 나타난다(ᄃᆞᆯ오면∼달와, 서ᄂᆞᆯ커나∼서늘한, 서ᄅᆞ∼서르). ⑥ 원순모음화(圓脣母音化)현상이 보인다(풀, 풋나모). ⑦ t 구개음화가 나타난다(ᄎᆞᆯ지거든, ᄡᅳ지, 지나디). ⑧ 자음동화가 표기상에 반영되고 있다[잇튼날·ᄆᆡᆼ녈·만믈(末水)·삼렴(三煉)]. ⑨ 모음과 모음 사이에서 ‘ㅎ’이 탈락되는 모습을 보인다(ᄭᅳᆯ인∼ᄭᅳᆯ히기ᄅᆞᆯ, ᄅᆞᆯ히면, ᄆᆡᆼ혀).
이 책은 병서연구뿐만 아니라 18세기 말의 국어를 반영하고 있어서 국어사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국립중앙도서관·규장각도서·장서각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