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달고 온(溫)하며 독이 없고, 곽란과 경기 등에 쓰이는 한약재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수은과 은주(銀朱) 및 영사와 같은 수은화합물들이 불로장생을 추구하던 연단술(練丹術)에서 일찍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영사를 만드는 제법들과 성질들에 대해서는 이규경(李圭景)이 1835년(헌종 1)에 지은 『오주서종박물고변(五洲書種博物考辨)』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규경의 저서에 나타나는 영사의 다른 이름들은 2기사(二氣砂)와 환단사(還丹砂)이며, 금정영사(金鼎靈砂)·구전영사(九轉靈砂)·노화영사(老火靈砂)·청금단두(靑金丹頭)와 영사 다섯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제법(製法)도 다섯 가지가 있는데, 수은과 유황의 섞는 비율과 물질들을 담는 용기가 다를 뿐 전체적인 반응방법은 비슷하다.
이규경이 다룬 호연단약비결(胡演丹藥祕訣)·신미급등창우방(愼微及藤昌木+右方)·입문방(入門方)·후용지경험방(後用之經驗方)과 국방(局方) 중에서, 뒤에 써보고 경험해 본 방법[後用之經驗方]을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수은 세 냥과 유황 한 냥을 같이 철솥[銕銚] 안에 넣어서 뭉근한 불로 균일하게 저으며 볶으면 자연히 청사두(靑砂頭)가 이루어지니, 다시 갈아서 기제로(旣濟罏)에 넣고 노구(罏口)를 기(氣)가 새지 않게 진흙으로 견고하게 막는다.
거칠게 부순 강탄(剛炭) 한 되 정도를 불 때면 솥몸 전체가 완전히 붉어진다. 서너 시간 기다려서 봉한 입구 사이에 청염(靑焰)의 기가 조금 응결한 것 같으면 다시 뭉근한 불로 때어 잠시 뒤에 점차로 불을 끄고 자연히 식기를 기다려서 뚜껑을 열면 영사가 올라와서 응결된 것이 성근 바늘무늬 모양이다.
기제로는 청석으로 만든 솥[靑石鼎]이며, 뚜껑은 청석으로 따로 만들어 덮는데 물 너댓 숟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만드니 작은 잔 모양과 같다. 청석이 없으면 흰흙[白土]을 개포흙에 섞어 수백 번 찧어 만들고 불에 구워낸다.
수은(Hg)과 유황(S)을 섞어 볶아서 Hg₂S화합물을 만들고 이 화합물을 승화시켰다가 응축하여 정제시킨 위의 방법들은 우리 나라에서는 본래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수십 년 전에 호남사람이 비로소 달여 만드는 법을 이해하여 지금은 8개 지역에서 모두 만든다고 하였으니, 이규경의 시대에는 영사를 많이 만들어 쓴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짐승에게 먹이면 그 심령(心靈)이 변하고 위험한 것을 막고 급한 것을 건지는 신비로운 단(丹)이라고 믿어서 의방(醫方)에서 많이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