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 외에 분석(粉錫)·연화(鉛華)·호분(胡粉,食胡粉)·정분(定粉)·와분(瓦粉)·광분(光粉)·수분(水粉)·관분(官粉)·소분(韶粉)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렸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허준(許浚)의 『동의보감』과 이규경의 『오주서종박물고변(五洲書種博物考辨)』이 연분의 용도와 제법들을 기록하고 있다.
이규경이 기록한 네 가지 제법 중에 세 가지는 1596년에 『본초강목(本草綱目)』을 저술한 명대(明代) 이시진(李時珍)이 전하는 방법들이며, 나머지 한 방법은 왜방(倭方)이다. 이들 중 이시진이 진주(辰州)사람의 방법이라고 전하는 제법과 일본에서 쓰던 방법은 기원전 3세기부터 이미 중국에 잘 알려져 있었다.
또한, 서양에서도 그리스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Theophrastos)와 로마의 플리니우스(Plinius) 등에 의하여 고대부터 기록되어 ‘더치 프로세스(Dutch Process, 네덜란드 과정)’로 알려져 사용되었다.
중국 송응성(宋應星)의 『천공개물(天工開物)』에도 서술된 이 방법은 우선 100근의 연을 녹여서 깎아 얇은 편(片)으로 만든 다음, 말아서 통(筒)으로 만들어 나무시루[木甑] 안에 넣고 시루 아래와 시루 중간에 각각 초 한 병씩을 넣는다. 소금 진흙과 종이로 시루 바깥을 막고 풍로로 불을 피운다. 그런 다음 7일 동안 보온하여 하얗게 생긴 가루를 쓸어서 물항아리 안에 담는다.
전과 같이 보온하여 여러 번 이와 같이 되풀이하여 연이 거의 다 없어지는 것을 기준 삼으니, 없어지지 않은 것을 남겨 볶아서 황단(黃丹)을 만든다. 한 근마다 콩가루 두 냥과 조갯가루[蛤粉] 네 냥을 섞어 물에 넣어서 균일하게 젓고 가라앉혀서 깨끗한 물은 버리고, 부드러운 재를 종이 위에서 물을 빼고 가위로 기와 모양으로 만들어서 말린다.
또 다른 방법은 연덩어리를 술항아리 안에 매달고 49일 동안 봉하였다가 열어 보면 분이 되니, 희지 않게 변한 것을 볶아서 황단을 만든다. 이 방법은 이시진이 전하는 숭양(嵩陽)사람의 방법인데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도 역시 쓴다고 하였으니, 그 당시 이 방법이 손쉽게 많이 사용되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의하면, 연분은 성질이 차고[寒], 악성 부스럼[惡瘡]을 다스리고, 징가(癥瘕:뱃속에 덩어리가 생기는 병)와 적취(積聚:체증이 오래되어 덩어리가 지는 병)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또한, 성질이 체(滯)하여 이질(痢疾) 등을 그치게 한다. 연분은 이렇게 약으로 쓰이는 외에 그림을 그릴 때 흰 안료(顔料)와, 여자들이 얼굴을 화장할 때 바르는 분가루로 사용되었다.
연분을 아마인기름과 섞으면 견고하고 접착성과 유연성이 좋은 안료제품이 되어 19세기에는 가장 중요한 흰 안료로 쓰였다. 얼굴을 치장하는 분가루로 쓰인 경우는 기원전 4세기의 그리스 고분과 진(秦)나라와 한나라 때의 고분들에서 발견되었으므로, 연분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옛날부터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