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7월『세대』에 발표되었다. 원래 제목은 ‘(소설) 알렉산드리아’이다.
주인공인 ‘프린스 김’은 알렉산드리아에서 카바레 안드로메타의 악사로 일하고 있다. 프린스 김에겐 다섯 살이 위인,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던 형이 있다.
형이 스무 살 되던 해, ‘나’가 열다섯 되던 해, 부모님은 모두 콜레라에 걸려 별세한다. 아버지 같던 형마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면서 ‘나’는 불란서 사람인 말셀 가브리엘을 따라서 알렉산드리아의 호텔 나폴레옹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호텔과 카바레에서 ‘프린스 김’으로 불리는 ‘나’는 카바레의 무희 사라 엔젤을 알게 된다. 사라 엔젤은 스페인 게르니카 출신이다. 사라는 게르니카가 독일에 의해 폭격되면서 가족 모두를 잃었다.
‘나’는 독일인 한스도 사귀게 된다. 한스는 자신의 어린 동생을 죽인 독재자 히틀러의 앞잡이 엔드렛드를 찾아 알렉산드리아에까지 흘러왔다. 한스는 사라 엔젤의 도움으로 15년 동안 추적해 온 엔드렛드를 카바레 안드로메타에서 만난다.
엔드렛드가 죽자 한스와 사라 엔젤은 체포되었다가 함께 알렉산드리아 밖으로 추방된다. 사라와 한스는 결혼하여 새로운 소알렉산드리아를 찾아 알렉산드리아를 떠나간다.
이 작품은 작자의 문단 데뷔작으로 자신의 옥중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허구화한 소설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에서 서사구조적인 면에서 큰 기능을 하고 있는 옥중에서의 ‘형’의 편지는 작가 자신의 사상의 문면화·담론화로 이해될 수도 있다.
서술자 ‘나’와 프랑스인 말셀 가브리엘, 스페인 출신의 사라 엔젤, 독일인 한스 등은 모두 ‘형’의 편지를 읽고 듣는 수화자들이다. 그들 모두는 현대사에서 피해자의 위치에 있다. 그리고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탐색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게르니카와 아우슈비츠에서 있은 학살의 피해자로서 인간의 존립과 자유를 위협하는 과학과 정치적인 힘에 이들 주인공들은 저항한다.
사라와 한스의 결혼은 작가의 인간 구원의 은유적 제시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힘을 모아 원수를 갚은 후 소돔과 고모라인 알렉산드리아를 떠나서 뉴질랜드 근처의 한 섬으로 옮겨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