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리아」는 1965년 이병주가 『세대』에 발표한 중편소설이다. 자신의 체험을 근간으로 서사를 구상하는 이병주 문학 작법의 출발점이 되었던 등단작으로, 5·16 직후 필화사건으로 투옥되었던 작가의 경험과 옥중에서의 사유가 창작의 동인이 되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는 자유와 낭만, 환상과 무질서를 상징하는 알레고리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병주의 해박한 지식과 교양, 일관된 사유와 신념이 편지, 변론, 논고 등의 다양한 글쓰기 양식과 결합되어 제시되는, 탈전통적인 서사 양식을 시도한 작품이다.
「알렉산드리아」는 ‘프린스 김’으로 불리는 화자 ‘나’가 주1의 호텔방에서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어 있는 형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때 알렉산드리아라는 낯선 이국의 도시, 이색적인 항구 풍경, 다국적의 여행객, 중동 부호들이 모여든 휘황한 주2와 같은 이야기의 배경은 소설의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독특한 주3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화자인 ‘나’는 피리와 주4 연주를 기회 삼아 안드로메다라는 카바레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에서 복역중인 형과 서신을 교환하며 살고 있다. 그곳에서 스페인 게르니카 학살 당시 부모와 가족을 잃고 무희로 일하는 사라 안젤, 주5에 끌려가 고문 끝에 죽음을 맞은 동생과 그 충격으로 죽은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게슈타포 엔드레드를 찾아다니는 독일인 한스 셀러를 만나게 된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으로 의기투합해 엔드레드를 유인, 사살함으로써 한스의 복수에 동참하고, 그 살인의 대가로 재판에 회부되기에 이른다. 알렉산드리아를 들끓게 한 이 사건에 대해 신문들은 유죄냐 무죄냐, 정당방위냐 살인이냐를 두고 팽팽한 공방을 벌이지만 법정은 판결을 유보하고 알렉산드리아를 떠나는 조건으로 사라와 한스를 석방한다. ‘나’는 형기가 7년이나 남은 형을 기다리기 위해 함께 떠나자는 두 사람의 제의를 거절하고 홀로 남기로 결심한다. 형을 대신해 형이 소유하지 못한 자유를 대신 누릴 운명을 선택한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작가 이병주의 등단작으로, 주제나 형식 면에서 이병주 문학의 원형적 요소를 보여주고 있으며 체험의 문학화라는 이병주 특유의 소설 작법의 근간이 되는 작품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 작가 스스로 감옥 생활을 바탕으로 한 옥중기(獄中記)라고 술회했듯, 5·16 직후 필화 주6으로 투옥되었던 이병주의 경험과 옥중에서의 사유가 이 소설의 창작 동인이 되었다. 본래 제목은 ‘알렉산드리아’였으나 『세대』 잡지의 편집장인 이광훈이 ‘소설’이란 단어를 삽입해 「소설 · 알렉산드리아」가 되었다. 제목에 의도적으로 붙인 ‘소설’은 사실을 픽션으로 승화시켜 감시를 피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소설의 표제이자 배경이 되는 알렉산드리아는 이슬람 문명, 헬레닉 · 헤브라이 문명을 흡수하고 배양해 유럽 문명과 정신의 요람이 되었던 도시로, 여기서는 작가의 사상적 지향점을 담고 있는 알레고리적 공간으로 제시된다.
이병주는 소설 속 형이 동생에게 보낸 14통의 편지뿐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법정에서 펼쳐지는 ‘검사의 논고’와 ‘변호인의 변론’을 삽입하고, 이를 빌려 인간, 역사, 전쟁, 이데올로기, 법, 정치 등에 대한 작가 자신의 사유를 펼쳐보이는 가운데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의 정당함을 역설하고자 했다. 이처럼 이질적인 배경과 에피소드, 담론을 접합시키는 작가의 해박한 지식과 교양, 상상력은 작가로서 이병주의 재능과 역량을 확인시켜 주는 지표가 되었다. 이런 주제적 · 형식적 특성에 힘입어 이 소설은 서간체소설, 사상소설, 관념소설, 교양소설, 법정소설 등의 요소가 어우러진, 당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탈전통적이고 실험적인 서사 양식을 갖춘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