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1월『백민(白民)』 12호에 실렸으며, 1950년정음사(正音社)에서 같은 이름으로 간행한 단편집 『역마』에 수록되었다.
하동·구례·쌍계사로 갈리는 세 갈래 길목의 화개장터에 자리 잡은 옥화네 주막에 어느 여름 석양 무렵 늙은 체장수와 열대여섯 살 먹은 그의 딸 계연이 찾아온다. 이튿날 체장수는 딸을 주막에 맡겨놓고 장사를 떠난다.
옥화는 떠돌이 중과 관계하여 아들 성기를 낳았는데, 역마살이 끼었다고 열 살 때부터 절에 보내어 그곳에서 지내게 한다. 성기는 장날이 되면 절에서 내려와 책전을 펴는데, 옥화는 성기를 계속 옆에 머물게 하기 위하여 계연으로 하여금 성기의 시중을 들게 한다.
어느 날 성기와 계연은 칠불암으로 가게 되었는데, 산나물을 캐고 산열매를 따먹기도 하면서 둘의 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 뒤로 두 사람의 정은 더욱 깊어 간다.
어느 날 옥화는 계연의 머리를 땋아주다가 왼쪽 귓바퀴의 조그만 사마귀를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악양 명도에게 다녀온 뒤로 성기와 계연의 사이를 경계하게 된다. 마침내 체장수가 다시 와 계연은 아버지를 따라 여수로 떠나고, 성기는 갑작스런 이별에 충격을 받아 자리에 드러눕게 된다.
어느 봄날 옥화는 성기에게 그녀의 지난날을 이야기해준다. 체장수는 서른여섯 해 전 남사당을 꾸며 화개장터에 와 하룻밤을 놀고 갔던 자기의 아버지가 틀림없으며 자신의 왼쪽 귓바퀴의 검정 사마귀를 보여주면서 계연은 자기의 동생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어느 이른 여름날 화개장터 삼거리에는 나무엿판을 맨 성기가 옥화와 작별하고, 육자배기 가락을 부르면서 체장수와 계연이 떠난 구례 쪽 길을 등지고 하동 쪽으로 떠난다.
이 작품은 역마살로 표상되는 동양적이며 한국적인 운명관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하룻저녁 놀다 간 남사당패에게서 옥화를 낳은 할머니, 떠돌이 중으로부터 성기를 낳게 된 옥화, 마침내 엿목판을 메고 유랑의 길에 오르는 성기 등 이들 가족은 인연의 묘리와 비극적인 운명의 사슬에 매여 있는 토착적 한국인의 의식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민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토속적인 삶과 그 운명이 시적으로 승화된 이 작품은 「무녀도(巫女圖)」·「황토기(黃土記)」·「바위」 등의 작품과 함께 김동리의 전통지향적인 의식을 나타내주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