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에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한시. 칠언절구 8수로 『매월당집(梅月堂集)』 권12에 수록되어 있다. 관리들의 수탈에 쫓겨 깊은 산중에 사는 산민(山民)의 고초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읊고, 새 임금을 맞아 이제는 이러한 고통이 끝나기를 희망하는 뜻을 나타낸 시이다.
1수에서 7수까지는 산속에서 사는 백성들의 비참한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떠는 것은 흉년 때문이 아니라 지배층의 수탈이 너무 극심해서라고 적었다. 호랑이 때문에 항상 문을 닫고 살아야 하는 깊은 산속에서 굳이 사는 이유는 세금이 없기 때문이라 하여,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라는 말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어린 싹은 해충에게 피해를 입고, 익은 곡식은 새와 쥐가 먹고, 그나마 거두어들인 것은 관리에게 빼앗기고, 겨우 남은 것은 또 무당과 중에게 갈취당하는 연쇄적 수탈현상을 통하여 농민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척박한 자연을 일구고, 야수와 해충에 대항해야 하는 자연극복의 과정도 처참한 지경이지만, 관리와 무당·중과 같은 인간의 수탈을 견디어야 하는 백성의 처참한 생활이 눈물겹다.
8수에서는 앞선 임금들의 전철을 밟아 향락적인 생활을 하지 말도록 경계하고 있다. 농민들의 생활이 피폐할 대로 피폐해 더 이상의 수탈을 견딜 수 없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조선 초기 관료정치의 부패상의 일면과 백성들의 참상을 잘 보여주는 시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