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오리과와 기러기과에 속하는 조류는 146종이 알려져 있으나 우리 나라에서는 38종이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에서 기러기류 14종 중 7종, 혹부리오리류 7종 중 3종, 담수오리류 12종, 바다오리류 9종, 비오리류 3종 등 모두 38종이 우리 나라에 도래하며, 단 한 종 원앙사촌은 절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오리류만은 27종이 우리 나라에 도래하며 그 중에서 우리 나라에서 번식하는 오리류는 텃새인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의 2종뿐이다.
흰뺨검둥오리는 아시아의 온대와 열대에서 번식하며, 우리 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전장 수컷 63㎝, 암컷 53㎝의 흔한 오리이다. 하천·못·호소·논 등 물가의 습지와 초지 또는 해안의 무인도서의 풀밭 등 어디에서나 번식하며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해 온 월동군과 함께 대집단을 이룬다. 4∼7월에 한배에 10∼12개의 알을 산란하여 26일간 포란하면 부화된다.
온몸이 어두운 갈색이며 배는 흑갈색이다. 발은 주황색, 부리는 흑색이며 부리끝은 황색이다. 겨울새로서 대표적인 종은 청둥오리인데, 이것은 집오리의 선조이기도 하다. 고방오리·쇠오리 등 4종은 우리 나라에 도래하는 가장 흔한 종들이며 담수에 사는 오리들이다.
좁은 의미로는 집오리를 뜻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말로 오리·올이·올히로 불렸으며, 한자로 압(鴨)이라 하였다. 압은 집오리, 부(鳧)는 물오리라고도 하였다. 압은 서부(舒鳧)·가부(家鳧)·말필(0x9635鴄)·목(鶩)이라고도 하였고, 부는 야압(野鴨)·야목(野鶩)·침부(沈鳧)라고도 하였다. ≪오주연문장전산고≫ 속의 아압변증설(鵝鴨辨證說)에는 “오리[鴨]에도 역시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집에서 기르는 것도 있고, 야생인 것도 있다.”고 하였으니 오리를 넓은 의미로 쓴 예이다.
집오리는 원래 야생인 청둥오리를 중국에서 가금화(家禽化: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으로 바꿈)한 것인데,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의 기록이 있다고 한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따르면 신라와 고려에도 오리가 있었고, 일본에는 3세기에 오리가 전래된 것 같다고 하니 우리 조상들은 이보다 훨씬 전부터 오리를 기르기 시작하였을 것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또한 고려의 싸움오리[高麗鬪鴨]이야기도 있다. ≪재물보≫에는 집오리의 수컷은 머리가 녹색이고 날개에는 무늬가 있으며 암컷은 누렇고 얼룩진 색이라 하고, 물오리는 집오리와 비슷하나 이보다 작고, 청(靑)과 백이 섞인 색이고, 부리는 짧고, 다리는 작다고 하였다. ≪재물보≫와 ≪물명고≫에는 집오리와 물오리 이외에 계칙(鸂鷘:비오리)·벽제(鷿鵜:되강오리)·원앙(鴛鴦, 元央)도 기록되어 있다.
≪지봉유설≫에는 닭과 오리는 가축이어서 잘 날 수 없고, 그 밖에 들에서 사는 새들은 모두 잘 날 수 있다는 송나라 왕규(王逵)의 말이 인용되어 있고, “내가 집오리를 보건대, 이것을 들의 물에서 오래 놓아 기르면 멀리 잘 날 수 있다. 아마도 가축이 잘 날 수 없는 것은 마시고 쪼아 먹는 것이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라 하였다.
≪전어지≫에는 여러 가지 문헌을 인용하여 집오리를 기르는 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규합총서≫의 산가락(山家樂)에는 집오리의 알 안기와 새끼를 기를 때의 주의해야 할 일이, 청낭결(靑囊訣)에는 “오리고기와 알을 먹으면 아기를 거꾸로 낳고 심한(心寒)하고, 오리알 삶을 제 귤 뿌리를 넣으면 붉어진다. 달걀과 오리알에 쇠똥물로 그림을 그려 삶으면 푸른 것이 속까지 박힌다.” 등의 기록이 있다.
≪동의보감≫의 탕액편에는 집오리의 기름·피·머리·알·흰오리고기·흰오리똥·검은오리고기의 성질과 약효를 적었다. 또 들오리의 고기는 “성이 양(凉)하고 독이 없다. 보중(補中) 익기(益氣)하고 위기(胃氣)를 화(和)하고 열·독·풍 및 악창절(惡瘡節)을 다스리며 배 내장의 모든 충(虫)을 죽인다. 9월 후 입춘 전까지 잡은 것은 크게 보익하며 집오리보다 훨씬 좋다. 그리고 조그마한 종류가 있는데 이것을 도압(刀鴨)이라 하며 맛이 가장 좋고 이것을 먹으면 보허(補虛)한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