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제1시집 『와사등(瓦斯燈)』(1939)에 수록되어 있다. 전편이 회화적인 수법으로 이루어졌다. ‘외인촌’을 소재로 하여 저녁 무렵부터 밤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분절의 단위가 일정하지 않아 평자(評者)에 따라 다르지만, 이 시의 내용으로 보아 세 단락으로 나누어볼 수가 있다.
외딴 산협촌(山峽村)을 지나가는 마차와 산마루에 서 있는 전신주, 그리고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는 구름을 묘사한 것이 첫 번째 단락이라면, 저녁 무렵 자그마한 집들이 창을 내리고 돌다리 밑에 소리내어 시냇물이 흐르고 화원지(花園地)의 벤치 위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꽃다발이 흩어져 있는 풍경이 두 번째 단락이다.
그리고 밤이 되어 외인촌 묘지에는 밤새도록 별빛이 흘러내리고 공백(空白)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와 고탑(古塔) 같은 성당 지붕 위에서 푸른 종소리가 흩어진다는 것이 세 번째 단락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이미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회화적인 수법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마지막 행인 “분수(噴水)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鐘)소리”는 이 시의 핵심으로 김광균의 독특한 표현법이라 할 수 있다. 종소리조차도 푸르게 하여 모양으로 바꿔놓은 점은 전형적인 이미지즘 수법으로 회화적인 특성을 잘 살리고 있다.
이처럼 청각적인 속성의 종소리를 시각적인 ‘분수’와 ‘푸른 빛’으로 보이게끔 한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한 것이다.
김광균의 시적 본령(本領)은 회화의 시에 있다.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통한 대상의 선명한 형상화(形象化)라는 점에 특색이 있다면 「외인촌」은 「설야(雪夜)」나 「추일서정(秋日抒情)」 등과 함께 그의 한 시기를 대표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