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 72행의 자유시이다. 이 작품은 오장환이 해방 전에 여러 편 시도한 장시의 형식을 계승하고 있다. 형식상 장시에 속하는 이 시는 1945년 12월 『상아탑』 창간호에 발표되었다가, 이듬해인 1946년 7월에 간행된 『병든 서울』이라는 시집에 표제작으로 실렸다. 『상아탑』에 발표된 작품 마지막에 ‘1945. 9. 28’이라는 창작 날짜가 적혀 있는데, 『병든 서울』의 ‘작품 목록’에는 ‘45. 9. 27’로 달리 표기되어 있다.
이 작품은 장시의 형식으로 해방의 기쁨과 혼란 속에서 느끼는 분노와 좌절,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해방을 맞은 지 한 달 정도 뒤인 1945년 9월 27일에 쓰인 것으로, 우리 민족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그 즈음에 느낀 감정을 서술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시인과 동일시되는 시적 화자는 해방을 병실에서 맞이하고 울었다. 이때 그의 울음은 병실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해서 터트린 개인적인 울음이다. 그리고 그 울음은 다음날 해방된 서울 거리를 돌아보면서 울분과 한탄으로 바뀐다. 그것은 자신이 기대하였던 “싱싱한 사람, 굳건한 청년, 씩씩한 웃음”이나 “인민의 힘으로 되는 새 나라”의 비전 대신 장사치와 기회주의적인 정치꾼들만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의 제목 ‘병든 서울’은 바로 이런 부정적인 현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적 화자는 “큰물이 지나간 서울”의 “맑게 개인 하늘”을 기대하며 미래 지향적인 자세로 이 시련을 극복해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 작품은 격한 감정 속에서도 현실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며, 해방된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생각을 적절하게 형상화하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