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연 15행의 자유시이다. 1938년 1월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작품으로, 이후 첫 시집 『와사등』에 수록되었다. 묘사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전반부는 2행 1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관적 정서가 강하게 드러나는 후반부에 와서는 각 연의 행이 더 많아지는 구성적 특성을 보인다.
눈 내리는 밤의 고요하고 고적한 풍경을 감각적인 비유를 통하여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미지즘 기법이 내면화되어, 도시적 감각이 서정적인 요소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김광균의 중요한 시적 특징인 시각적인 표현이 이 작품에서는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눈을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 ‘추억의 조각’에 견주거나 눈 내리는 미세한 소리를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에 비유한 것 등은 시각에 편향된 이미지즘의 한계를 시인 스스로가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그 결과 어조에 있어서도 신문기사와 같은 무표정한 3인칭 객관적 화자의 말투가 아니라, ‘흩날리느뇨’, ‘설레이느뇨’처럼 시적 화자의 주관을 반영한 말투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시 후반부의 ‘추억’, ‘추회’, ‘슬픔’과 같이 주관적 정서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는 시어들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런 추상적이고도 모호한 시어의 사용은 주관적 정서를 억제하고 객관적인 전달을 중시하는 이미지즘에서는 금기 사항에 속한다. 이는 시인이 이미지즘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는 눈 오는 밤 풍경과 같은 전통적인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다루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이미지즘 기법을 자기 방식으로 내면화하여 전통적인 소재를 새로운 감각으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그래서 이미지즘 방식이 철저하게 사용된 「외인촌」, 「데상」 같은 작품과 달리, 시간이 지나도 문학적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