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연 16행의 자유시이다. 1940년 7월 『인문평론』에 발표하였으며, 김광균의 두 번째 시집 『기항지』에 수록되었다. 처음에는 도시 풍경을 도시적 감각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후반부에 가서는 시적 화자의 주관적 정서를 드러내는 구성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시는 가을에 느끼는 고독과 애수를 도시적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투적으로 느낄 수도 있는 가을의 소재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낯설게 만들어 독자에게 감각적 쾌감을 준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에, 길은 ‘구겨진 넥타이’에, 열차의 매연은 ‘담배 연기’에, 구름은 ‘셀로판지’에 비유되어 있는데, 익숙한 것을 도시적 소재로 치환함으로써 감각적 신선함을 획득하고 있다. 이런 표현 방식을 통해 시인의 개인적이고 특수한 정서를 최대한 억제하여 객관적이면서 보편적인 정서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
객관적인 묘사를 중시하기 때문에 시에서 시적 화자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의 표면에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3인칭의 객관적 화자를 내세워 관찰자의 시선으로 풍경을 그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후 시인과 동일시되는 1인칭 화자가 암시되지만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기조를 유지하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시적 화자의 정서를 완전하게 억제하지 않고 ‘황량’, ‘고독’ 등의 어휘를 사용하여 서정적인 느낌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앞서 발표되었던 「외인촌」에서 보여준 주관적 정서의 완전한 배제에서 다소 벗어나는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이미지즘의 원칙에 구속되지 않고, 그런 원칙에 서정적인 요소를 접목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가을 풍경을 세련된 도시적 감각으로 형상화하여 이미지즘의 중요한 특성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동시에 이미지즘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의 극복을 의식적으로 추구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