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굿에서 행하는 제차의 하나로 바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액을 막고 복을 구하기 위하여 행한다. 동해안 별신굿이나 서낭굿, 위도 띠뱃놀이, 제주도 영등굿 같은 굿의 후반부에 용왕굿을 한다.
용왕굿은 굿당에서 하지 않고 바닷가나 선창에 나와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용왕의 신격은 동해용왕 · 서해용왕 · 북해용왕 · 남해용왕 등 사해용왕을 한꺼번에 모시기도 하고 황해도 지역에서는 소당애기씨같은 여신으로 믿기도 한다.
굿을 하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다. 제주도에서 용왕(龍王)맞이를 할 때는 긴 천을 깔아 바다에서부터 굿청으로 신이 올라오시는 길을 만들어 놓고 그 길을 깨끗이 치우는 것에 주력한다. 신들린 무당이 용왕굿을 할 때는 대개 동이에 물을 담고 과일을 넣은 다음 신을 벗고 그 가장자리에 올라간다. 이를 ‘동이탄다’고 하는데 물동이는 용궁을 상징한다고 믿는다. 동이를 탄 무당은 공수를 내리게 된다.
동해안 별신굿의 용왕굿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별신굿에서 용왕굿은 직접적으로 생업과 관련이 되는 신을 모시는 탓에 아주 중요한 거리이다. 먼저 용왕굿을 하기에 앞서 선주들을 비롯한 해사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각자 상을 차려와 바닷가에 늘어놓는다. 상은 쌀과 메, 어물과 채소, 삼실과, 술 등으로 차린다.
무당은 먼저 사해용왕을 청한다. 그리고는 배와 선주들 이름을 하나 하나씩 부르면서 축원해준다. 이어서 고기를 많이 잡게 하고 사고 없게 해달라는 축원을 한다. 어촌계장과 선주들 머리를 창호지로 묶어 상투처럼 만든다. 이는 만선이 되었을 때 배에 높이 꽂고 돌아오는 선왕기(船王旗)를 상징하는 것으로 만선을 축원하는 행위이다.
무당은 물동이를 타고 올라가 일년 동안 해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언하고 조심시키는 일종의 공수를 주기도 한다. 이어서 사람들은 굿청 안에 있는 용선에 돈을 넣고 한번씩 흔든다. 용선에 광목필을 연결해서 주민들 모두가 붙잡고 흔들면서 뱃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 다음에 무녀는 바닷가에 개인들이 차려놓은 상으로 간다. 쌀을 집어 산을 맞추어보고 집안의 길흉을 말해준다. 삼재가 들거나 특별히 운이 나쁜 집에서는 이때 대주나 가족의 속옷을 가지고 나와 태우기도 한다. 무당의 축원이 끝나면 가족들은 밥을 한지에 싸서 여러 개의 뭉텅이로 만들어 바다에 던진다. 이는 수중 고혼을 위로하는 의미가 있다.
위도 띠뱃놀이의 경우를 보면 행사는 크게 원당굿과 용왕굿으로 나뉜다. 그런데 당에 올라가 행하는 원당굿이 신성한 종교성을 띠는데 비해 선창에서 행하는 용왕굿은 놀이성이 강하다. 무당은 선창에 따로 차려놓은 용왕상 앞에서 수중고혼들을 풀어먹인 뒤 주민들과 함께 선창을 오가면서 물밥을 던진다. 그리고는 「배치기」 등을 부르면서 모두 흥겹게 논다. 이는 용왕굿이 수신을 모시는 굿인 동시에 잡귀를 풀어먹이는 이중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겠다.